안성기는 영화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 뛰어드는 전직 군인 오채근 역을 맡았다. 선하고 편안한 인상을 주면서도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안성기는 마지막 순간 비밀이 드러나기까지 그 감정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설득력 있게 극을 끌고 나간다. “마지막까지 한 단계씩 계단을 오르듯 감정을 쌓는 게 중요했어요. 이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죠.”
안성기가 보여주는 액션신도 인상적이다. 그는 지난해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액션신을 날렵하고 매끄럽게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며 “어떤 영화든지 액션이 필요한 장면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의 의미도 되새겼다.
“시사회 때 많은 분이 우셨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세월이 갔어도 아픔과 고통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작품엔 일반 광주 시민들도 참여해 연기를 했다. 그는 “일반 시민의 연기는 어떻게 보면 미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점이 영화를 오히려 사실적이고 진실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성기는 여섯 살 때인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줄곧 영화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고희(古稀)를 앞둔 지금도 쉼 없이 거의 매년 영화를 찍고 있다. “맞는 작품이 있으면 1년에 한두 작품은 하려고 합니다. 안 하면 녹이 스는 기분이랄까요. 하하.”
그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서도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렸을 때부터 운명적으로 배우를 하게 됐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매력이 큰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또 하고 싶어요.”
김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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