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논란 탓인지 전임 원장이 3월 말 퇴임했지만 아직 후임을 못 정하고 있다. KDI 측은 일단 3배수로 압축된 홍 전 수석과 다른 두 명의 KDI 내부인사를 후보로 놓고 이달 말 이사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사회가 다가와서일까. 잠잠했던 홍 전 수석의 KDI행(行) 관련 얘기가 다시 돌고 있다. 이번엔 그가 속한 진보좌파 경제학자들 모임인 ‘학현학파’가 KDI의 성장 담론을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홍 전 수석과 함께 학현학파 주축으로 불리는 원승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최근 한 논문에서 KDI가 2018년 발간한 ‘혁신성장의 길’이란 보고서를 정면 비판했다. 이런 움직임이 홍 전 수석의 KDI 원장 내정설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KDI는 지난 50여 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론적·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온 국내 최고 싱크탱크다.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연구 자율성이 보장됐기에 지금껏 그 권위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 KDI에 실패한 정책의 설계자를 수장으로 앉히려는 발상 자체가 민망하다. ‘소주성’이 경제에 끼친 후유증이 너무 커, 이젠 현 정부조차 그 말을 쓰기 꺼릴 정도다. 그러니 누군가 정권 말 ‘알박기’로 한자리 주겠다고 하면, 홍 전 수석 스스로 사양해야 마땅하다. 학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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