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가 박스오피스 점유율 96%를 차지했다는 점도 비중 있게 다뤘다. 2019년 당시 박스오피스 1, 2위에 미국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과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이 올랐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보도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코로나19로 인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을 중국 영화의 점유율 확대 배경으로 꼽았다. 소비자들이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 영화를 선택하면서 영화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중국 매체들이 기대작으로 꼽았던 영화들은 일제히 흥행에 실패했다.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첩보영화 ‘벼랑 끝에서’와 유명 배우 량자후이가 주연한 범죄소탕영화 ‘추호금룡’은 2위와 3위로 밀렸다.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로맨틱 코미디 ‘너의 결혼식’이 뜻밖의 1위에 올랐다.
한때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던 ‘애국주의’가 대중의 공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전랑2’(2017년)를 필두로 중국에선 최근까지 애국을 내세운 민족주의 영화가 대세였다. ‘벼랑 끝에서’는 1930년대 일제 치하의 만주에서 활동한 공산당 스파이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추호금룡’은 홍콩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중국 공안(경찰)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런 애국주의 영화들이 이번에는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하지만 중국 국민이 언제까지 애국주의에 열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나 요쿠에는 이미 청년실업이나 양극화 같은 중국의 현실적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이 대중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중국인 클로이 자오가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정부가 차단했음에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중국에선 애국주의 영화들이 냉전시대 미국 영화 ‘람보’와 다를 바 없다는 항변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애국주의를 강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과도한 애국주의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 내에서 애국주의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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