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들여다보면 ‘김 후보자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게 아니라 매일 법무법인으로 출근해 업무를 하고 급여를 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게 김 후보자 측의 해명이다.
월평균 2400만원이란 금액이 과거 다른 전관들에 비해 적은 수준이란 점도 참작해볼 만한 대목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대검찰청 차장검사(차관급)로 퇴임한 뒤 로펌에 재취업해 월평균 5000만원가량을 보수로 받았다. 과거 감사원장 후보로 올랐다가 낙마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법무부 차관을 거친 뒤 로펌에 들어가 7개월간 약 7억원을 받았다. 이들에 비하면 김 후보자의 자문료는 적은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김 후보자는 그간 선배 법조인들이 걸어온 관례를 따른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노골적인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며 정부 내 요직에 자리가 날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던 그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전관예우 논란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간 김 후보자는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으로 거론됐다. 2년 전에도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들었다. 모두 권력 핵심부다. 이쯤 되면 ‘월 수천만원 자문료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금액이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거나, 최소한 주변에서 주의를 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전혀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특유의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에 대해 “고위직 경력을 발판으로 전관예우를 받았다”고 몰아붙여 결국 낙마시킨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안 전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5개월간 번 수임료 16억원 가운데 6억원은 세금으로 냈고, 4억7000만원은 기부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다”(윤호중 원내대표)며 표변했으니, 이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현 정부 출범 후 정부·여당이 논란을 일으킨 고위직 인사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과거와 달라진 잣대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급급한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마당에 아직도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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