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탐구생활]호반건설①, M&A 준비운동 마치고 빅딜 나서나

입력 2021-05-11 10:46   수정 2021-05-14 15:19

[편집자주] 호반건설은 조 단위 여유 자산을 가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이다. 2018년 리솜리조트를 인수했고, 다수의 골프장 등을 매입해 자산을 늘렸다. 지난 3월엔 대한전선을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등 화제가 끊이지 않아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호반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호남지역 주택 업체로 출발한 호반건설은 지난 10년 간 기업 총자산 규모(재무제표 기준)가 3813억원에서 5조4148억원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자산규모(공정위 기준)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재계순위 37위에 랭크되는 등 명실상부한 대기업 그룹사로 올라섰다. 호반건설은 중대한 변곡점에 서있다. 호반이 한 단계 올라서려면 '호남의' '주택회사'라는 평가를 벗어나야 하고, 전략은 탈 건설 또는 글로벌 종합건설·시행사 두 갈래길로 나뉜다. 기업의 세계에서 현상유지는 쇠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한다.

'탈 건설' 종합 투자그룹 변신?

첫번째는 호반이 '건설','주택회사'라는 정체성에서 탈출하는 방안이다. 호반 그룹이 대한전선을 전격 인수하면서, SK지주사와 같이 투자회사로의 변신을 모색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반은 지난 3월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2500억여원을 주고 대한전선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4.03%까지 살 경우 거래금액은 40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 인수 외에도 호반그룹은 삼성금거래소, 농산물 유통업체 대아청과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 김대헌 사장은 벤처기업 투자 등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생인 김 사장은 2010년대 초반 호반건설에 입사해 근무해왔다.

호반건설은 김 사장 주도로 '플랜에이치벤처스'란 벤처투자회사(VC)를 설립해 각종 건설관련 디지털 솔루션 업체 뿐만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호반 신사옥에 인큐베이팅 공간도 마련했다. 직접 투자 뿐만 아니라 다수의 PEF와 VC 펀드에 투자자(LP)로 참여해 다양한 기업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선 그러나 호반의 대한전선 인수는 호반건설의 미래가 아니라 호반산업의 미래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전선 인수주체 호반산업은 김상열 회장의 차남 김민성 상무의 개인회사(자사주 제외 지분율 72%)에 가까워 향후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전선 인수나 소액 투자만으로 호반건설이 탈 건설업을 추진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종합건설사로 도약?

호반건설이 '호남의', '주택회사'에서 글로벌 종합 건설사로 한 번에 올라서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호반건설은 알짜 기업이지만 종합 건설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에서 2019년 10위권에 진입했으나 이듬해 곧바로 12위로 미끌어졌다. 주택건설 외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적다는 평가다.

주택사업의 미래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과거 2010년대 호반은 다수의 계열 법인을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로 LH공사가 공급하는 택지를 대거 손에 넣어 아파트를 짓고 분양해 성장했다. 2008~2018년 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 473필지 가운데 44곳을 호반이 가져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규모 외곽 택지지구 개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의 덩치가 커지면서 국세청과 공정위 등이 주시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방식의 성장스토리를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고급건축과 토목, 플랜트 등은 하루아침에 실력을 쌓기 어렵고, 자체 택지개발은 알박기, 인허가 등 수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도심 정비사업에선 기존 건설사들의 브랜드파워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호반건설은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인천과 대구 등에서 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고, 서울 강북에서도 주택 재개발을 수주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선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390억 원 규모의 무상품목과 연 0.5% 사업비 대출이자를 제시했음에도 삼성물산에 밀렸다.

한편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를 기록하며 5위권 밖으로 밀렸으나 건축과 토목과 플랜트 등 전 분야에서 5위권 혹은 적어도 10위권 이내인 기술력 있는 기업이다. 최근 주춤한 '푸르지오' 브랜드는 이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다만 대우건설이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10년을 지내며 사기업과는 다르게 변한 조직과 인력 구조를 안고가야하는게 큰 위험이다.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 때도 갑자기 불거진 3000억원 잠재부실 뿐 아니라,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천막농성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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