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보복 소비'…의류 OEM업체 '깜짝 실적'

입력 2021-05-11 17:58   수정 2021-05-12 02:38

베트남에서 핸드백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 A사는 때아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감소한 수주량이 올 들어 빠르게 회복돼서다. A사 관계자는 “해외 패션업체들의 발주가 급증하면서 생산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백신 보급 확산 등으로 글로벌 패션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의류와 가방 등을 제조하는 한세실업, 제이에스코퍼레이션 등 국내 OEM 회사들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들에 납품하는 중소 섬유업계에도 온기가 퍼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의류시장 회복세…수출 활기
1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브랜드 버버리와 마이클코어스 등의 핸드백을 생산하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지난 1분기 매출 2234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6배로 늘어났다.


미국 패션 브랜드 갭과 타깃 등 의류를 제조하는 한세실업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매출은 37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넘게 증가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 의류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 이상 늘어난 2890억원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시장의 빠른 회복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은 1인당 1400달러 현금 지급, 경제활동 재개, 원활한 백신 보급 등으로 소매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도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OEM 기업 위주로 업계가 재편된 것도 빠른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이 지난해 8월 또 다른 의류 OEM 기업 약진통상을 143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약진통상은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갭 등의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회사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 섬유 산업단지 가동률도 상승
패션 OEM 업계의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들 기업에 실과 천 등 옷감 부자재를 공급하는 중소 섬유업계에도 온기가 퍼졌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섬유업체가 밀집한 대구염색산업단지의 에너지 사용량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3월 공업용수 사용량은 131만㎥로 전월 대비 34.9% 급증했다. 지난해 5월 사용량이 98만㎥인 데 비하면 1.5배 이상 증가했다. 3~4월 가동률은 112.4%로 조사돼 2020년 4월 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원사 공정 공장 가동률은 90%, 제직은 95% 이상으로 올라오는 등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품목과 규모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아웃도어업체 관계자는 “캠핑과 자전거 등 아웃도어업계는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사복과 숙녀복 등 비즈니스 캐주얼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재택근무 영향으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말했다. 한 부자재업체 대표는 “미국 수출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유럽과 중동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셧다운 영향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못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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