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 총소비와 비대면 소비가 모두 감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자동차, 가전, 가구 등 내구재에 대한 비대면 소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발표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총소비는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소비(준내구재, 서비스, 순해외 소비 합계)가 9.7% 감소했지만, 비대면 소비(내구재, 비내구재 소비 합)는 4.4% 증가했다.
국내 가계의 대면 소비와 비대면 소비 증가율이 분화하는 모습은 과거 경제위기 때엔 볼 수 없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계 총소비가 2008년 4분기(-3.2%)와 2009년 1분기(-4.4%)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맞물려 같은 기간 대면 소비와 비대면 소비 증가율 역시 감소세를 기록하며 비슷한 추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때는 가계 총소비와 대면 소비가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줄었는데도 비대면 소비는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명목지출액 가운데 비대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2019년 평균 31.5%에서 지난해 34.5%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대면 소비 비중은 68.5%에서 65.5%로 감소했다.
남창우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가계는 통상 경제 위기 시 내구재 구입을 미루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며 “작년에는 대면 소비 제약에 따른 소비 감소를 완충하기 위해 비대면 소비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높은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자동차 등 비대면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중간소득 계층인 3분위의 지난해 소비지출이 전년도에 비해 가장 큰 폭(-6.8%)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위의 지난해 가처분소득 증가율 역시 2.0%로 5개 분위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남 연구위원은 “중간소득 계층이 경제 위축에 불안을 가장 많이 느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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