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처음 신산업 심사를 시작한 건 2018년 하반기. 재무상황이 좋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하자는 취지였다. 첫해는 6개월 동안 4개 기업에 총 800억원을 지원했다. 이듬해엔 1개 팀에서 3개 팀으로 확대해 총 15개 기업의 대출건을 승인했다. 총 금액은 3400억원. 지난해엔 총 67개 기업에 1조9300억원을 지원해줬다. 올해는 조직을 더 키워 총 5개 팀으로 운영 중이다. 3년을 합치면 3조원이 넘는다.
이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없던 여신 심사 기준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성장성은 물론 업황 전망, 경쟁사 상황, 경영진의 평판 등 다면·다단계 심사로 이뤄진다. 심사하는 데만 기업당 평균 6주가량 걸린다. 이웅모 산은 신산업심사부장은 “예비심사는 물론이고 회사 운영진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오픈심사, 현장조사 등을 거친다”며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 의견을 심층 청취해 평가에 반영하고 경쟁사에도 심사팀이 방문하거나 그 회사를 취재한 기자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는 등 다방면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예는 쿠팡, 마켓컬리, 하이브다. 마켓컬리는 기존 대출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기계담보대출 등을 일부 잡고 외상대출채권 등을 포함해 총 300억원을 산은에서 빌려줬다. 마켓컬리의 외부 기업신용평가 등급이 BBB-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에선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쿠팡도 조(兆) 단위 적자 규모를 쌓아가고 있던 지난해 7월 대구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부동산 담보 대출로 2000억원을 산은으로부터 빌렸다. 쿠팡의 기존 대출은 대부분 외국계 은행에서 받은 것으로, 국내 은행 중에는 산은이 처음이었다.
민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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