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4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랠리를 이끄는 것은 구리와 철광석뿐만이 아니다. 항공기와 자동차 제작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도 산업용 금속 랠리를 이끌었다. 알루미늄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들 금속 원자재와 원유, 설탕, 옥수수, 육류 등 24개 원료 품목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S&P GSCI 지수는 올 들어 26% 상승했다.
다른 생산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구리 추출에 쓰는 황산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구리 채굴을 늘리면서다. 구리는 황산 용액이 담긴 수조에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 순도를 높인다. 통상 t당 60달러 수준이던 황산 현물 가격은 160~170달러로 급등했다. 황산 품귀가 이어지면 칠레 구리 생산량의 12%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높아진 철광석 가격에 해상 운송 비용도 상승했다. 세계 3대 선박 요금을 나타내는 발틱드라이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700% 넘게 뛰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8만t 선박의 하루 운송 비용은 4만1500달러로 한 달 전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보다 8배 높다.
골디락스(장기 호황)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유럽, 중국 간 균형 잡힌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세계 속에 있다”고 했다.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이다. 철광석 수입의 60% 이상을 호주에 의존하는 중국은 호주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세계 두 번째로 철광석을 많이 채굴하는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중국의 PPI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올해 1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1월 0.3%, 2월 1.7%, 3월 4.4% 등 가파른 상승세다.
석유·천연가스류가 85.8%, 철광석류가 38.3%, 비철광석류가 15.7% 올랐다. 석유 가공제품은 23.8%, 철강제품은 30.0%, 비철금속제품은 26.9% 뛰었다. 주요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상승했다. 구리, 철광석 등의 글로벌 가격 상승이 PPI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호주와의 갈등으로 철광석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일부 업체들이 철광석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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