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도 비대면 시대] '코로나19로 대학 축제 없어진다?' 학생들 스스로 축제 만든다

입력 2021-05-11 09:31   수정 2021-05-11 09:32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윤서 대학생 기자] 코로나19로 각종 대학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대면 활동의 제약에 따라 다양한 학생 중심 모임이 존폐기로 향하는 현재, 학생자치활동이 제공했던 교류, 협력과 같은 경험들을 비대면 환경에 적용해 새로운 대학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대학교 축제를 기획하려는 노력도 그중 하나다. 이전에 한 번도 기획된 적 없는 비대면 축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기획해 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기구 <축제하는 사람들> 2021년도 회장 권지현(서울대 생물교육과 4)씨와, 2020년 60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해 숭실대 온라인 토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오종운(숭실대 건축학 5)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잇따른 축제 취소에 축제만을 위한 자체 웹사이트 개발까지
서울대의 경우 봄과 가을, 1년간 총 2번의 총학생회 총괄 축제를 개최한다. 2020년도의 경우 5월에 봄 축제, 9월의 가을 축제가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두 축제 모두 무산됐다. 이에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는 E-Sports 대회를 확대 개편해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롤토체스, 카트라이더, 피파온라인 등 많은 인기를 누리는 PC, 모바일 게임 종목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해당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학사일정의 변동으로 E-Sports 대회 기간이 길어지고 종목이 폐지되는 등 잦은 차질도 있었지만, 해당 대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단과대 온라인 스포츠 대회는 활발히 진행된 것에 비해 2020년도 서울대 총학생회 축제는 모두 무산됐다. 해당 연도 축제 기획을 총괄했던 권지현 씨는 “봄축제의 경우에는 ‘가을에는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축제를 취소했는데, 가을에도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아 대면 축제를 대체할 플랫폼 및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해 아쉽지만 가을 축제도 취소하게 됐다”라며 “축제를 준비하는 축하사원 (축제하는 사람들 부원) 들이 기획에도 불구하고 어그러진 계획에 대해 가장 아쉬워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런 과거를 딛고 2021년도를 맞이해,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문제였던 플랫폼 마련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본인들이 구축한 서울대 축제만을 위한 전용 웹사이트에서는 축제가 시작되면 다양한 미니게임, 굿즈 판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예선, 본선 공연은 모두 유튜브에서 무관중으로 진행한다. 예선 ‘프리페스’는 공연 참가자 및 스태프만 참석해 4월 7일부터 8일까지 진행됐다. 이는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축제하는 사람들’ 웹사이트에서 본교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본선 진출차를 결정하는 식으로 기획됐다. 이에 권 씨는 “예선 무대 ‘프리페스’에서 총 누적 조회수는 공연 당 약 2천회 정도였다. 예선 진행 후 본교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도, 참여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연 참가자들도 1년 내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연 참여를 통해 본인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가자, 관람객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선 ‘프리페스’ 홍보물(출처=권지현 씨)

<축제하는 사람들>은 축제 준비 이외에도 축제 홍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권 씨는 “기존 서울대 축제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를 축제 홍보를 위해 추진할 경우, 5-60명 정도의 팔로워 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500명 넘게 팔로워 수가 증가했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축제하는 사람들> 오리캐릭터를 그리고 친구를 태그하는 릴레이 그림 그리기 방식으로 이벤트를 추진했는데, 거의 처음으로 능동적이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파급력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제하는 사람들>은 홍보의 경우 팔로우 이벤트 이외에도 인스타그램 방탈출 이벤트를 실시하며 스누푸파 (snu foodfighter)라는 서울대 유명 인스타그램과 협업해 샤로수길 지역상권 살리기를 취지로 콜라보 이벤트를 4월 13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 중이다. 스누푸파와 콜라보한 해당 이벤트의 참여자는 2주 동안 약 150명을 기록했다.



△(위)오리 그리기 릴레이의 실제 참여자 사진 (아래)스누푸파 콜라보 이벤트 카드뉴스(출처=권지현 씨)

권 씨는 이번 비대면 축제의 관람 포인트가 ”웹 기획 및 디자인“이라고 한다. 권 씨는 “축제 진행을 위한 총학생회 산하기구가 따로 있는 학교는 서울대학교 밖에 없다”며 “축제 진행을 위해 총학생회 내부 인력이 자체 웹사이트를 개발해 코로나 사태에도 비대면으로 축제하는 경우도 거의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본교 학생들이 이번 봄축제만을 위해 개발된 자체적인 플랫폼과 예정된 프로그램에 기대 많이 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이었던 숭실대 2020년도 ‘온라인 토크콘서트 랜선교양수업’
오종운 씨는 2020년도 숭실대 총학생회 주관 축제를 총괄하며 작년 8월 19일, 8월 23일, 8월 30일 3차에 걸쳐 ‘숭실대 온라인 토크콘서트 랜선교양수업’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강연자들이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마친 후, 여러 아티스트들이 나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숭실대 온라인 토크콘서트 랜선교양수업 일정.(사진출처=오종운 씨)

2020 숭실대 온라인 토크콘서트 랜선교양수업은 기존 축제와는 달리 새롭게 경제, 정치, 문화를 아우르는 축제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코로나19로 모든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학습권 침해로 인한 등록금 보상’에 대한 정치인들의 답변, 얼어버린 취업시장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강연, 아티스트 초청을 통해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해당 행사를 기획한 오 씨는 “학생들에게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접속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위)강연 이후 정은지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중(아래)가수 10cm 초청 공연. (출처=오종운 씨)

숭실대 총학생회는 강연들을 총학생회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함과 동시에 녹화본도 유튜브 채널에 모두 업로드했다. 생중계된 콘텐츠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모두 ‘힐링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숭실과 함께 한다는 기분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랜선으로나마 기분을 달랠 수 있었다’,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실제 온라인 수업도 랜선교양수업과 같았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오 씨는 2020년도 온라인 토크콘서트를 돌아보며 “코로나 장기화로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비대면 축제를 기획할 수 있어 너무나 뿌듯했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대학들이 온라인 비대면 행사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레퍼런스로 참고하는 사례가 숭실대 랜선교양수업이라고 들었다. 기획과 관련된 많은 부분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2020 숭실대 랜선교양수업이 대학과 학생사회가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자부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2020 숭실대 온라인 토크 콘서트 랜선교양수업 이후 2021년도 숭실대 61대 총학생회는 U:SSU 제 38대 동아리연합회와 콜라보해 새로운 형식의 봄축제를 준비하는 중이다. 이번 봄축제 기간을 맞이해 제 61대 숭실대 총학생회는 온라인 가상공간 모임 플랫폼인 “Gather Town” 내에서 봄축제 부스를 운영하는 온라인 숭실대라는 공간을 구축함으로서 본교 학생들이 비대면으로도 실제처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숭실대 학생들은 “Gather Town”에서 실제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카메라 및 오디오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외부 링크와 연결하고 다양한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당 플랫폼에서 총학생회는 숭실대 중앙 동아리 및 소모임이 세운 온라인 부스에서 오프라인 축제처럼 각종 미니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2021년도 숭실대 온라인 봄축제 플랫폼 소개. (출처=숭실대학교 61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연대를 도모하던 대학 문화가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와중에 자체적으로 대학 문화를 안전한 방법으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씨는 “숭실대 뿐만 아니라 모든 총학생회가 관례를 타파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학생사회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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