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5~6회에선 실리콘밸리에 취직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7회부터 9회까진 실리콘밸리 기업의 연봉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 등에서 직접 전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뉴스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거나 지금 직장에 다니거나 자녀가 이공계를 전공하는 부모라면, 실리콘밸리의 연봉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 유튜브 등에도 대략적인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연봉에 대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실리콘밸리101'은 그것보다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선 개별 직원들의 인터뷰가 허락되지 않아 취재한 대상을 익명으로 대신하는 점 이해 바랍니다.
이 비율은 회사마다 개인마다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이런 방식의 급여 체계가 실리콘밸리에선 일반화돼 있습니다. 15만달러라는 금액도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달라지겠지만, 여기서 일하고 있는 복수의 직원들은 "기업들이 학사 출신 엔지니어의 초봉을 대략 이 정도 수준에서 맞추기로 한 듯이 비슷한 수준에 형성돼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입사한 후엔 철저히 연봉 수준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개별 직원의 성과에 따라 연봉이 같은 해 입사자들과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성과가 매우 좋은 직원이라면, 베이스 샐러리도 2~3%가 아니라 두 자릿수 이상으로 뛰고 주식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10만달러에서 12만달러로 베이스 샐러리를 높여 받고, 여기에 주식을 4년간 20만달러 어치를 더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직전해에 약속된 4년간 20만달러 어치 주식은 계속 그대로 지급됩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해 연봉은 12만달러 베이스 샐러리에 10만달러 어치 주식을 받게 돼 연봉이 급격히 뛰게 됩니다. 현재 빅4(구글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중 한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물론 2년차때부터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반대로 성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베이스 샐러리의 기본 인상 외엔 아무것도 없는 경우는 많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실 것 같아 무례한 사람처럼 보이는 걸 감수하고 보편적인 수준을 취재해봤습니다. 15년차 엔지니어의 경우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연봉을 받지만, 빅4에서 이 시기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연봉은 30만달러 정도에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물론 주식을 받는 것 포함한 금액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같은 부서에서도 성과가 미미해 베이스 샐러리로 20만달러만 받는 사람이 있고, 일을 잘해서 베이스 샐러리도 높고 주식으로 20만달러를 추가로 받아 총 5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다"면서 "특정 연차가 되면 베이스 샐러리는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에 묶이고 성과에 따른 보상은 주식 지급을 통해 급여 수준이 책정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오래 근무하며 매니저(팀장)급으로 승진하면, 베이스 샐러리도 크게(?) 오르는 문화는 있다고 합니다. 빅4 중 한 기업의 경우 매니저로 승진하면, 베이스 샐러리를 10%가량 올려줍니다. 20만달러의 베이스 샐러리를 받고 있었다면, 매니저로 승진할 경우 22만달러가 됩니다.
물론 여기에 추가로 자사 주식을 지급합니다. 예컨대 20만달러 어치 주식을 4년간 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연봉은 28만달러로 오르게 됩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와 애플을 거쳐 현재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D씨는 "연봉이 현재보다 20% 오르지 않으면 이직하지 않는 게 룰"이라며 "이 부분을 빅테크 기업들도 알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에 대해선 요구 조건을 모두 맞춰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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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서 취직해 일하게 되면 받게 되는 연봉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편엔 이 연봉이 의미하는 바를 따져볼까 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만 보면 실리콘밸리의 연봉이 높은 건 사실인데, 정작 이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빠듯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메일 독자님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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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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