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美, 오브제→中…삼성·LG '맞춤형 가전' 해외 공략

입력 2021-05-12 10:38   수정 2021-05-12 11:0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춤형 가전브랜드를 들고 해외시장 문을 두드린다. 각자 '비스포크 홈'과 '오브제 컬렉션'을 들고 북미와 중국 시장 공략부터 시작해 유럽, 동남아 등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가전 색상과 디자인을 소비자 취향에 맞게 골라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브랜드 '비스포크 홈'을 북미·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가전 수요가 높아지자 올해를 해외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LG도 올해 맞춤형 가전 브랜드 '오브제 컬렉션'을 중국 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이날 밤 11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비스포크 가전이 주방에서 거실까지 확대된 만큼 비스포크 비중을 약 8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가전 제품의 혁신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한 모듈러 타입의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선보인 후 전자레인지 인덕션 식기세척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했다.

비스포크 냉장고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색상과 재질이 다양하지 않았던 데다 가격도 비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835L 용량 기준 냉장고의 경우 비스포크 브랜드는 색상과 재질에 따라 300만~400만원대이지만 같은 용량의 지펠(삼성), 디오스(LG) 브랜드의 경우 옵션에 따라 150만~200만원대로 맞춤형 가전이 2배가량 비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가전에 쓰는 비용이 늘고 삼성전자가 소재·색상 등 패널 옵션을 대폭 늘리면서 판매에 탄력이 붙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4개의 문을 360가지 색상 중에 고를 수 있고, 외관 소재도 소비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삼성은 글래스·메탈·페닉스(FENIX) 를, LG 오브제컬렉션은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구에 쓰이는 신소재인 '메틱스'와 스테인리스, 유리 중 원하는 소재를 고를 수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지난해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약 67%를 차지하며 회사 내에서도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래스·메탈·페닉스 등 다양한 소재에 국내 최다 색상으로 구성된 도어 패널 옵션을 제공하고 키친핏까지 적용해 다양한 인테리어 연출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개성 있는 주방을 꾸미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라고 귀띔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은 "맞춤형 가전에 대한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오브제 컬렉션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오브제 컬렉션 브랜드는 올해 2월 LG 생활가전 구매 소비자 중 2명 중 1명 구매할 정도로 단기간에 자리잡았다. 특히 이 기간 구매자의 40%가 생활가전 3종 이상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등 가전을 '인테리어' 일환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대표 주자인 냉장고를 지난 3월 북미시장에 먼저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도어 타입은 정수 기능이 있는 '베버리지 센터'를 탑재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10월 냉장고만 먼저 출시했는데 저가형 제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확인했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이어 올해 세탁기·식기세척기·무선청소기 등 전 품목으로 확대해 해외 맞춤형 가전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이달 중 오브제 컬렉션을 중국에서 출시하는 데 이어 동남아와 유럽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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