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7 반성문'에 등장한 '이재명 현상'과 '대깨문'

입력 2021-05-12 11:26   수정 2021-05-12 13:18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 보고서가 여당 내에서 나왔다. 다만 2030 여성에서 이 지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점은 과제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인 소위 ‘대깨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겼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4·7 재·보궐선거 이후 서울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보고서를 최근 의원들에 배포했다.

보고서 발간을 주도한 기동민 의원(서울시당 위원장)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도 있는 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며 “1월에 확인했던 유권자들의 여론과 우리들이 생각했던 대응 방안들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 진단이었는지 비교해보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보고서에는 선거 패인 진단 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생존 조건 등까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여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재보선에서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을 얼마만큼 되찾아올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 지사의 리더십에 대해 “굳이 고른다면 이재명이 그나마 제일 나을 거 같다”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본인이 하겠다면 하는 느낌” 등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 지사의 리더십이 문 대통령,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된 부분으로 ‘주관과 강단’을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 20대 남성은 “이재명 그 분은 자기만의 주관이 안 휩쓸리는 이미지가 있고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과격한 방식으로 하더라도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하는 느낌이 강하고 욕 먹더라도 그걸 스스로 감내하려는 이미지가 있어 지금 한국에 필요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진영 및 지금까지의 친민주당 세력화 차별화에 적임자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인터뷰 멘트들로는 “민주당은 보기 싫은데 이재명씨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랑 각을 세우는 게 낫다” “지금 정권에 비판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면 뽑을 것 같다” 등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 지사의 확장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안티 이재명’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다. 2030 여성들은 이 지사에 대해 “이재명이 하는 정책을 보면 좀 무섭다는 생각”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이재명씨는 지지하지 않는다” “공포심을 주고 살짝 사회주의적인 느낌이 난다” 등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는 민주당 생존의 조건으로 ‘포지티브 기반 경쟁’을 제시하면서 대깨문에 대한 비판적 멘트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0대 남성 C는 “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찍는다고 하는데 진짜 대가리가 깨지지 않았으면 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20대 여성 B는 “(대깨문은)박물관 가면 전시물품 보는 느낌. 그냥 다른 종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오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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