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완두콩을 키우고 싶어요. 씨앗 좀 빌려갈게요.”
서울식물원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씨앗을 대출할 수 있는 ‘씨앗 대출 도서관’(사진)이 있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1인당 씨앗 한 종류를 무료로 빌려준다. 한 번에 제공하는 씨앗은 약 1g(씨앗 3~10개)이다.
대출 방법은 간단하다. 도서관 안내데스크에 놓인 씨앗대출 대장을 작성하면 된다. 대출한 씨앗을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 반납이 기본 원칙이다. 대신 씨앗을 재배한 뒤 수확한 씨앗을 이곳에 반납하면 추후 대출 가능한 씨앗 종류와 수를 늘려준다.
씨앗 수확에 실패했더라도 사진 등으로 재배 기록을 제시하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한 씨앗과 다른 씨앗을 반납 또는 기증해도 된다. 기증된 씨앗은 또 다른 시민에게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다.
씨앗 대출 프로그램은 서울식물원이 기획한 이색 서비스다. 시민들의 정원가꾸기 활동을 독려 및 지원한다는 취지다. 씨앗도서관을 관리하는 김은수 주임은 “씨앗의 보전과 확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발적인 씨앗 나눔 문화가 정착될 것이란 기대도 담겼다.
씨앗 대출 도서관은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1층에 있다. 이곳은 서울식물원이 보유한 야생식물, 토종작물 등 400여 종의 씨앗과 열매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이 중 대출 가능한 씨앗은 때마다 바뀐다. 5월 기준으로는 △강낭콩 △완두콩 △토종 배추 △옥수수 △우엉 △율무 △노랑 토마토 △오이 △참외 등 55종이 대출 대상이다. △해바라기 △맨드라미 △코스모스 등 화훼류도 다양하다. 대출 인기 씨앗은 △해바라기 △메밀 △유채 등으로 꼽혔다. 상대적으로 재배하기 쉬운 식물의 씨앗을 빌려가는 사례가 많다고 서울식물원 측은 설명했다.
씨앗 대출 도서관의 누적 방문자 수는 약 28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약 2만 명이 씨앗을 빌려갔다. 김 주임은 “방문객 대부분이 이곳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더 많은 시민이 씨앗을 발아시켜 보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씨앗 대출 프로그램은 화~금요일에만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서울식물원은 이곳에서 매년 1~2회 씨앗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를 열기로 했다. 오는 8월부터는 다양한 식물의 열매와 씨앗 구조를 소개하는 씨앗조형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