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H 치료 후보물질 ‘TU5113’은 티움바이오가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 당시 가지고 나온 파이프라인이다. 당뇨병 치료제로 염두에 두고 개발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둔 파이프라인이었으나 최근 국내외 제약업계에서 NASH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자 티움바이오도 다시 연구개발(R&D)을 재개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개발되는 NASH 치료 후보물질은 피하주사와 경구용 2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비율은 5 대 5. 이 중 티움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NASH 치료 후보물질은 경구용 합성신약이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경구용인 만큼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되는 경쟁 약품보다 환자 친화적”이라며 “지방간 수치 개선과 염증 개선을 핵심 기전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구용 NASH 치료 후보물질 TU5113
이전까지 TU5113의 개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던 이유는 명확했다. 개발 초기 TU5113의 적응증은 당뇨병이었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소규모 임상만 진행하면 되는 혈우병 치료제와 달리 TU5113은 최소 수천 명 단위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제약 및 신약 벤처업계에서 NASH가 주목받으며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장조사기관은 N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250억~500억 달러로 매출 기준 톱5 질환에 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TU5113이 체중 감소 및 항염증 효과가 있으므로 NASH에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적응증을 변경해 R&D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TU5113의 주성분은 GPR40 작용제와 GPR84 저해제다. GPR40 작용제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인 GLP-1이 체내에서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GLP-1은 포만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위의 운동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체중이 감소하면 지방간 수치도 낮아지게 된다. NASH 환자는 물론 단순 지방증(NAFL) 환자에게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한 체중감량을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GPR84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대식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다. 대식세포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GPR84를 저해하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 간 섬유화는 간에서 진행된 반복되는 염증반응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면 섬유화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
내년엔 임상 돌입 예정
티움바이오는 TU5113의 전임상 시험 중 독성시험의 일부를 끝낸 상태다. 올해 내로 전임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상시험 일정은 내년께로 예상하고 있다.
전임상 독성 결과는 올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오는 6월에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 일정을 맞추긴 어려울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임상은 덴마크에 있는 임상시험대행(CRO) 업체를 통했다. 김 대표는 “간질환 동물실험 모델에 전문성을 갖고 있어 N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 및 해외 벤처기업들이 단골로 찾는 곳으로 신뢰도가 높다”며 “전임상 단계 및 전임상을 종료한 시점에서의 이른 라이선스아웃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이 전임상 단계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베링거 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사례가 유명하다.
티움바이오는 TU5113이 임상 1상에서 무난한 결과를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 신약 벤처기업 리미널바이오사이언스가 GPR40 작용제와 GPR84 저해제를 조합한 폐섬유증 치료제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성을 확인하고 투약용량을 정하는 임상 1상을 무리없이 넘겼다는 뜻이다. GPR84 저해제로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갈라파고스파마슈티컬 또한 임상 2상에 진입했다.
김 대표는 “전임상 결과만 보면 TU5113의 염증 완화 효능이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티움바이오는 사염화탄소를 이용해 지방간을 유도한 실험쥐에 TU5113을 2~4주 간 투여해 지방간 수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섬유화 개선을 이뤄냈다.
티움바이오는 TU5113에 TGF-β 저해제를 첨가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TGF-β 저해제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티움바이오의 주력 기술 중 하나다. TGF-β는 강력한 면역억제 사이토카인으로 작용해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한다. 본래는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와 항암제의 침투를 막는 섬유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던 것인데 간 섬유화를 막는 목적으로도 시도해보겠다는 전략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애널리스트 분석>
조기 기술이전, 공동연구 기대 by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NASH 치료제 TU5113은 전임상 단계 물질로 항당뇨·항섬유화·항염증의 삼중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IPF)으로 적응증 확장도 가능하다. 티움바이오의 NASH 치료제는 최근 In vivo 실험에서 저용량으로도 항섬유화 효능을 확인하였으며, NASH 적응증은 미충족수요가 높아 전임상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확인되면 조기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올 2분기 내에 추가 전임상 결과 발표가 기대된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