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외로움이 매우 해롭다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80년 넘게 진행 중인 연구가 있다. 젊은이 700여 명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건강, 재산, 성취, 인간관계 등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연구 결과, 행복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은 돈독한 인간관계를 풍부히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장수의 비결은 재력, 권력, 명성, 타고난 유전자 중 무엇도 아닌 것이다. 특히 만성적인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았다. 그들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며 중년부터 급격한 건강 악화와 뇌 기능 저하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이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비만보다 해롭고, 매일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에 맞먹는다.
외로움은 사회적 스트레스의 일종으로, 우리 몸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을 축으로 하는 스트레스성 신경·내분비 시스템의 기능 항진이 일어난다.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염증 유전자를 억제하는 등 다양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스트레스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외로움이 만성화되면 당질코르티코이드에 대한 반응성이 저하된다. 대신 인터루킨6 같은 염증 유전자들의 활동이 증가한다. 뇌, 심장, 폐, 근육 등 몸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염증이 일어난다. 방화범들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불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사회성을 추구하는 뇌 회로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마우스는 물체보다 다른 마우스가 있는 공간으로 다가가기를 선호한다. 이때 뇌의 내측편도핵 신경이 활성화되며 그 결과로 뇌의 보상 중추가 자극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사회관계를 통해 뇌가 보상받음을 시사한다.
부정적인 인간관계의 경험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회피하면서 더욱 외로워진다. 외로움이 외로움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이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 기기로 분석하면 디폴트 모드 회로가 강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폴트 모드 회로란 자신의 내면에 매몰돼 주변에는 무관심할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다. 외로운 사람은 과거의 부정적 인간관계를 떠올리며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한편 미래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관심을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돌려야 한다. 자신의 관심이 내면으로 빠져드는 것을 눈치채는 즉시 현실로 끌어오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마음을 쏟는 것은 불교의 수행 방편이기도 하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니 노력해볼 가치는 있다.
신희섭 < 前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UST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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