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팅게일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지영 동해병원 간호사(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나이팅게일상은 1991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이 30년간 운영해온 상으로 공단 산하 10개 병원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아 ‘국제 간호사의 날’인 5월 12일에 맞춰 수상자를 선정한다.
임 간호사는 지난해 12월 동해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코호트격리(공동격리) 조치가 내려졌을 때 현장을 지휘하며 위기를 극복해냈고, 30년 가까이 근속근무하며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임 간호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공동격리된 상황을 “매일이 전쟁터와 같은 하루”였다고 했다. 동해병원은 작년 12월 원내에서 7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19일간 병동 5~7층이 격리조치됐다. 임 간호사는 당시 감염관리 업무를 감독하고 있었다.
“첫 확진 소식을 안 때가 새벽 4시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한밤중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죠. 격리조치가 처음 들어갈 때는 이틀 밤을 병원에서 꼬박 새우고 사흘 만에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반복됐죠.”
동해병원은 태백지역 광부들의 직업병인 ‘진폐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다. 현재도 진폐증 환자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입원병동을 별도로 운영한다. 폐에 석탄가루가 쌓여 발생하는 질병인 만큼 호흡기를 망가뜨리는 코로나19는 진폐증 환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임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이송할 때는 진폐증 병동으로 퍼지지 않도록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철두철미하게 관리했다”며 “진폐증 입원 환자 중엔 10년 넘게 꾸준히 보는 분들도 있어 정말로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임 간호사는 29년을 병원 현장에서 보낸 베테랑 간호사다. 딸인 김효은 씨도 어머니를 따라서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임 간호사는 고된 간호사의 실상을 알기에 말리기도 했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교대근무, 야간근무가 간호사의 일상인 걸 딸이 더 잘 알지만 그럼에도 간호사를 꼭 하겠다고 하니 말리기가 참 어려웠죠. 작년 2월 은평성모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부모로서 걱정이 더 앞섰습니다. 서울은 강원보다 더욱 바쁘다 보니 얼굴을 못 보는 게 아쉽긴 합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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