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2일 15:3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산 가격이 상승하던 가운데 '땔감'이 더 쏟아지면서 자산시장은 급격히 달아올랐다.
현재 시장에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과거처럼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가 대규모로 일어난 증거나 Fed가 유동성 회수에 나설 징후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암호화폐 가격의 폭등 등 시장에 '거품'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맞선다.
12일 'ASK 2021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당장 시장이 꺾일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같은 장세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낙관론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리스크 자산을 추가적으로 사들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미국경제가 백신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 형성, 경기의 회복, 코로나19 기간 가계 지출이 줄어들었는데 정부의 지원 등으로 소득은 늘어나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추가로 쌓여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경제가) 번영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표현했다. '보복적 소비'가 일어나기에 좋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막스 회장은 "번영의 시기에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채권 등) 증권의 가격이 높을 때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증권) 가격이 높을 때 경제가 회복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이를 "관점의 문제"로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현 상황이 금세 반전할 것으로 봐야 할 뚜렷한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막스 회장은 "미국 정부는 15조달러 가량의 추가적인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며 "이는 대단히 큰 금액(big number)"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는 이런 규모의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만 인플레이션은 예측하기 몹시 어렵다"며 여지를 두었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이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장기채 등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그러나 정부가 무한히 돈을 풀 수 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정부가 조(兆) 단위 부양책을 통과시키고 구체적으로 돈을 마련할 방법은 밝히지 않는 것은 현대화폐이론(MMT)적인 태도"라며 "나는 MMT가 '증명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그는 꼬집었다.
시장에 지나치게 리스크 선호 현상이 만연한 점도 우려했다. 신규 증권 발행 때마다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청약하고, 적자 기업의 상장(IPO)이 쉽게 이뤄질 뿐만 아니라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는 것 등이 한 예다. 그는 "게임스톱 사태의 발생이나 옵션매수의 증가 등은 투기적인 시장에서 나타나는 행위"라고 지목했다.
막스 회장은 "시장의 리스크 보상은 지금 너무 적고, 스프레드는 낮은 수준"이라며 "모든 자산군의 예상 수익률이 대단히 낮아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 "너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도, 너무 신중한 포트폴리오도 좋지 않다"며 "중간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골라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가능한 전략의 수는 단 5가지 뿐"이라고 제시했다. 첫째, 우선 늘 하던대로 투자를 하되, 예전만큼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방법이다. 둘째,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클 경우 리스크를 줄이면서 낮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셋째, 급격한 조정기를 예상하고 자산을 현금화해 '0%'에 가까운 수익률을 받아들이는 전략이다. 넷째는 그 반대로 높은 수익 내기 위해 리스크 노출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이 방식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막스 회장은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낮은 일부 시장이나 분야에 투자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유동성이 낮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역시 나름대로의 리스크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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