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춤했던 손보사들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가 2월부터 다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에서 전속 설계사 채널을 통해 판매된 무·저해지 보험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1월 22억원에서 3월 47억5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5대 손보사를 비롯한 상위 9개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도 같은 기간 판매액이 55억원에서 116억원으로 증가했다.
무해지 보험은 중도 해지 시 돌려받는 환급금이 없고, 저해지 보험은 표준형 대비 50% 이하로 환급된다. 대신 만기까지만 유지하면 기존 보험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했다가 해지 때 환급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 민원이 늘자 금융당국은 올초부터 만기 때 낸 보험료의 100%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는 일부 무·저해지 보험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런 규제의 약발도 ‘반짝 효과’에 그친 셈이다.
특히 어린이 보험을 중심으로 무·저해지 상품 판매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국 규제에 따라 이름을 조금씩 바꿨지만, 보험료를 반값으로 낮추고 중도해지환급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구조는 동일하다. DB손보가 보험료를 기존 상품 대비 10% 가량 낮춘 어린이 보험 상품을 지난해 말 내놨고, 이후 KB손보도 가격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무·저해지 보험을 만들어 파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아무래도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당장 판매 실적이 나오는 상품을 영업 채널 입장에서 선뜻 포기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9개 손보사의 전체 인보험에서 어린이 무·저해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월 7%대에서 올해 14%대로 크게 높아졌다. 일부 손보사 중에는 비중이 20% 이상까지 치솟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3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면 이에 따른 추가 자본 확충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해당 시점까지 판매한 계약에 대해 추가 부채를 즉시 반영해야 하는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무·저해지 보험 판매를 키웠다가 예상보다 보험 지급이 늘면서 파산한 사례가 있다”며 “보험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과도하게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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