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216㎡는 지난달 27일 전세보증금 34억원에 계약되면서 전세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하반기 24억~25억원에 계약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0억원가량 올랐다. 현재 중개업소에는 이번 신고가보다 수억원 비싼 35억~3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세가격이 이렇게 오른 것은 재건축 이주에 따른 새로운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이주가 임박하면서 전세를 찾아달라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서초구는 물론 강남구와 송파구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반포동, 잠원동 등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하반기 4000가구가량이 재건축으로 이삿짐을 꾸릴 예정이다. 다음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182가구), ‘신반포21차’(108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서초구에선 전세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반포자이’ 전용 59㎡는 지난 11일 13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경신한 최고가와 같은 가격이다. 반포동 A공인 대표는 “최근 들어 전세난이 극심했던 지난해 말과 올초 신고가 수준의 거래가 이뤄지거나 집주인이 그 이상으로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방배동 ‘롯데캐슬헤론’ 전용 168㎡는 12일 17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기존 최고가(11억원) 대비 6억원이 뛰었다. 반포동 ‘반포미도’ 전용 84㎡는 10일 전세보증금 11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계약 보증금(9억원)보다 2억원 뛴 가격이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는 최근 전세금 14억원에 신고가를 썼다. 해당 매물은 1층 물건인데도 기존 최고가(13억원·13층)를 뛰어넘었다.
강남구와 송파구까지 들썩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3차’ 전용 161㎡는 7일 1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져 기존 최고가(12억원) 대비 4억원 넘게 올랐다. 청담동 ‘브르넨 청담’ 전용 219㎡는 보증금 71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져 처음으로 3.3㎡당 전셋값이 1억원을 넘었다.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3단지’ 전용 84㎡ 전세는 11일 8억5000만원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음달부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세율이 높아져 세금 부담이 커지면 전세가 더 귀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이후 월세 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간 이뤄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총 12만2398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3만1903건으로 34.2%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2019년 11월~2020년 7월)간 월세 거래 비중이 28.4%였던 것과 비교하면 5.8%포인트 늘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집주인들이 월세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재건축 이주로 강남에서 댕겨진 전세 불안 불씨가 서울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주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률은 0.03%로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다섯째주(0.15%)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줄여온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22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률이 확대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