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방송인 유재석이 거리를 달린다. 여느 광고처럼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거나 익살맞은 춤을 추는 대신,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르게 달리고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다.
‘연예인 유재석’이 아니라 ‘사람 유재석’을 담은 이 영상은 삼성화재의 건강관리 서비스 ‘애니핏’ 광고다. 지난 6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1주일 만인 13일 조회수 230만 건을 넘었다. “유재석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잘 사용한 광고”라는 댓글이 달렸다.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의 이나원 비즈니스16 팀장(사진)은 2004년부터 제일기획에서 일한 17년차 베테랑이다. 삼성화재 광고만 4년째. 올초 ‘애니핏’의 새 광고모델을 선정할 때 유재석을 먼저 언급한 건 광고주인 삼성화재였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재석의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방송인 유재석이 나오는 광고는 크게 두 종류였다. 은행, 교육업체 광고에선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가 상품을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 등 방송에서 얻은 ‘부캐’로 등장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비빔면, 아이스크림 등을 홍보했다.
그러다 2018년 종영한 예능 ‘무한도전’의 옛 영상을 봤다. 2012년 방영된 ‘쉼표 특집(300회)’에서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유재석의 ‘본캐’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관리는 어렵지 않지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30년간 꾸준히 자기관리를 잘한 사람이 유재석이죠. 그의 진짜 모습을 담아 진정성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이 팀장은 “기획안을 받은 유재석 씨가 ‘대단한 노력도 아니고,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해야 할 당연한 노력을 한 것인데 광고에 담아도 되느냐’고 했다.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담으면 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지난 5일 유재석이 출연하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방영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 광고로 처음 공개됐다. 마침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이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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