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음악의 집》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음악 듣는 법을 가르쳐 다른 이와 소통할 줄 아는 어른으로 키우려 한 것이다. 그가 책을 쓴 건 198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 필하모니와 런던 심포니, 빈 국립오페라단 등 명문 악단들의 예술감독을 겸임할 때였다. 단원을 지도하기에도 벅찼지만 미래의 음악가들을 위해 책을 썼다.
아바도는 20세기를 주름잡았던 마에스트로다. 카라얀처럼 카리스마가 넘치진 않았다. 민주적인 탈권위주의자였다. 그는 단원 모두와 소통하려 노력했다. 베를린필하모닉 단원들이 1989년 처음 지휘자 투표권을 얻었을 때 모두 아바도를 선택했던 이유다. 평단에선 그를 ‘조용한 혁명가’라 불렀다.
책 곳곳에서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그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클래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세밀하게 알려준다. 독주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이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하는지를 친절한 문체로 소개한다. 미술작가인 파올로 카르도니의 따스한 그림도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오케스트라에 동원되는 모든 악기를 자세하게 묘사했다.
책은 국내 대표 예술살롱인 풍월당이 이탈리아 출판사 가르잔티와 출판권을 독점 계약해 들여왔다. 책을 내기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 음악가를 동원했다. 베네치아국립대에서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이기철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았고, 나성인 음악평론가가 감수했다. 나 평론가는 “아바도는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논한다”며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호기심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했다.
어른들에게도 의미가 깊은 책이다. 음악을 아는 관객이 되려 하지 말고 즐기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아바도는 책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음악은 언어처럼 우리 역사 그리고 우리 자신을 이야기해줍니다. 저도 ‘듣는 법’을 배우려 노력합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