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야당의 반발에도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지 27일 만이다. 앞서 이날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명 정도 낙마하는 것으로 인사를 수습하자”며 단독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인사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총리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한 건 작년 1월 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다. 총리 인준과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 문제를 연계해온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김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한 뒤 각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를 열고 임 후보자와 노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도 강행했다. 야당은 “부적격 인사를 억지로 장관 자리에 앉히려 한다”고 반발했지만 여당의 단독 채택을 막지 못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께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다. 한 명의 자진사퇴를 바탕으로 여당이 나머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임명을 한꺼번에 밀어붙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해수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문회까지 마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건 현 정부 들어 네 번째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가 고가 그릇류 등을 별도의 세관 신고 없이 외국에서 들여와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사퇴 배경에 대해 “인사 과정에서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한 명 정도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전날 여당 초선의원들이 ‘3인방’ 중 한 명은 낙마시키라는 의견을 공식 발표하고 당 지도부 인사도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전달하는 등 여당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함께 부적격 논란이 불거진 임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라는 점이 고려됐고, 노 후보자는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부동산 시장의 빠른 안정을 위해선 임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불가피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보자도 어려움 끝에 사퇴했고 대통령도 고심 끝에 결정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분 정도 낙마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인사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덕성을 갖추고 실력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있다”며 “흠결투성이인 사람을 눈감아달라고 하는데 어느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상대로 면담도 요청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개시가 이뤄지자 “협치 파괴 민주당을 규탄한다”며 “의회 파괴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기 인사이자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고은이/전범진/성상훈 기자 forwar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