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인 한강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잔류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대학교 김현욱 교수 연구팀은 13일 논문 '하천(천연수)에서 발기부전치료제 검출에 대한 하구 기여도(Contribution of sewage to occurrence of phosphodiesterase-5 inhibitors in natural wate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식수원인 한강에서 의약물질인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발견됐고, 이 성분의 경우 하수처리시설을 거쳐도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이번에 주목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5 억제제(Phosphodiesterase 5 inhibitor: PDE-5 억제제)'는 발기부전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문의약으로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특허 만료 뒤에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제네릭(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하천 내 항생제 등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지만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계에서 확인되는 잔류성 의약물질은 슈퍼박테리아 출현, 내성 형성 우려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앞서 2018년 4월21일~27일 서울 중랑천과 탄천 등의 하천수를 떠서 일주일 동안의 성분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잔류 성분 처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북과 강남의 대표 지역을 각각 선정했다.
조사 결과 탄천과 중랑천에서 모두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됐고, 탄천(84ng/L)에서 확인된 성분들의 평균 농도가 중랑천(71ng/L)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지역 모두 주말에 측정한 농도가 주중보다 훨씬 높았고, 특히 금요일 밤이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 "유흥시설이 밀집한 지역에서 더 많은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쓰고 버리는 물은 하수도를 통해 일원동 탄천하수처리장에 모이고, 이 곳에서 정화된 하수는 탄천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하수 역시 한강으로 흘러간다.
하천 속에서 검출되는 의약물질은 다양한 경로로 유입되는데 의약물질 생산과정은 물론 개인이 사용 뒤 적절하게 폐기하지 않은 채 버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 해당 약을 복용한 사람의 대소변을 통해 하수로 유입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하천에 잔류하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위해성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차원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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