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 통화 공급 증가, 정부 지출 급증으로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떠들썩한 시기였다. 1970년대 중반 경제위축을 야기한 유가 급등, 깊은 불황, 높은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높은 인플레이션의 기억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의 차이인 아웃풋갭(Output Gap)이 크게 벌어졌다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아웃풋갭이 플러스인 경우 역량 이상의 성장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마이너스라면 성장폭이 기대 수준을 하회했단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아웃풋갭은 아직 완전히 좁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계속 진행되면서 올해 말 격차가 해소되고 2022년에는 물가상승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적자예산 확대가 반드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근 몇년 동안 공공부채 수준과 인플레이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200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그 기간동안 인플레이션은 2%가 채 안됐다.
설상가상으로 1973년 중동에서 고조된 긴장이 석유 금수 조치로 이어져 유가가 오르고 경제가 침체됐다.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은 1974년과 1979년 두 자릿수 수준에 도달했지만, 10년 동안 평균 7.1%였다. 이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두드러진 시기다. 당시 닉슨 전 대통령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을 우려해 중앙은행에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1979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폴 볼커를 새 의장으로 임명한 뒤에야 중앙은행은 경제 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조치를 취했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당연하지만, 오늘날과 1970년대 시대상 사이에는 인플레이션이 그 당시 높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점을 암시하는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우선 인구통계가 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오늘날 주력 소비층으로 접어든 것은 밀레니얼세대다. 최근까지 밀레니얼세대로부터 예상되는 소비량은 재정 위기와 코로나19 위기의 이중고에 의해 약화돼왔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970년대에 강타한 쓰나미만큼 크지는 않다.
또 노동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1970년대에는 강한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토대로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날은 노동시장의 단결력이 약해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소득분배 하위권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아 공급에 비해 총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금리 상승의 위험을 완화하려면 포트폴리오에 있는 채권의 평균 기간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종합채권지수와 같은 광범위한 지수와 일치하는 평균 기간을 목표로 하면 이를 적당히 줄일 수 있다. 회사채 또는 지방채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분산할 필요도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에서 2.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상의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다.
정리=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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