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스아이바이오는 전문의약품(ETC) 중 합성의 약품 시장을 목표로 희귀난치성 질환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 4월 설립됐다. 이 회사가 개발한 AI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는 단백질 구조 분석으로 최적 표적단백질을 발굴하고, 분자 상호작용을 계산해 최적의 화합물을 도출한다. 각종 데이터베이스(DB)에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합 부위와의 유사성 예측, 가상 탐색 등을 실시해 효과가 있을 화합물을 빠른 속도로 찾아주는 것이다.
PHI-101은 케미버스를 기반으로 도출한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케미버스의 신약재창출(drug repurposing) 분석을 통해 PHI-101의 적응증을 재발성 난소암으로도 확장했다. 작년 11월 식품의 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CHK2 저해 기전의 혁신신약 (first-in-class)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윤정혁 대표는 “창업 5년 만에 두 가지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1상에까지 진입한 것은 매우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표적단백질을 발굴하고 선도물질을 최적화하는 데까지 평균 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케미버스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빅데이터와 AI의 활용으로 30~50%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10개 모듈로 최적 단백질 및 화합물 도출
케미버스가 어떻게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케미버스에 강화학습법(딥러닝)이나 기계학습법(머신러닝) 등 다양한 AI 학습법을 도입했다. 특히 양자역학(QM)을 적용해 다양한 정보들을 보다 정밀한 확률로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케미버스에는 2억 건의 화합물 정보(라이브러리)가 수록돼 있다. 약효정보 데이터베이스(DB) 1000만 건, 의약품 DB 1만5000건, 단백질 구조 DB 18만 건, 논문 DB 3500만 건 등의 정보도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기술을 이 정보들에 적용시켜 신약의 표적 작용점 탐색부터 후보물질 도출 단계까지 신약 개발 기초연구 전(全) 분야에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는 “신약 개발을 크게 작용점 발굴 단계, 후보물질 발굴 단계, 개발 단계(임상·전임상)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면, AI 플랫폼 기술은 작용점 발굴과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주로 활용된다”고 했다.
케미버스는 총 10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이중 4개 모듈은 작용점 발굴 단계에서 활용된다. 빅데이터와 AI로 목표 질환에 대한 최적의 표적단백질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 기술은 난치성 질환의 표적 단백질을 도출하고, 여기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약물 결합 부위(binding site)를 예측한다. 윤 대표는 “약물이 효과를 보이는 단백질의 결합 부위를 찾는 데 케미버스를 활용하면, 논문에서 알 수 없었던 단백질 결합 부위까지 AI로 학습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 단백질에 가장 적합한 화합물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백질 결합 부위를 찾아내더라도, 실제로 화합물이 단백질 수용체에 얼마나 잘 달라붙는지에 대한 결합력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케미버스는 6개 모듈을 활용해 결합력을 예측하고 시행착오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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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AI 딥러닝을 통해 단백질 서열 및 3차원 구조 기반의 유효물질을 도출한다. 이후 새로운 화합물 유도체를 설계해 선도물질을 발굴한다. 여기에 양자역학을 적용해 단백질과 화합물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면, 선도물질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 과정들을 통해 최종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이다.
“AI플랫폼·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R&D 효율성을 극대화”
윤 대표는 “대한민국 신약 개발 산업의 미래는 AI 플랫폼 활용과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1조5000억 원 이상의 R&D 비용과 10~1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가 아니면 한 개 기업이 이 비용과 시간을 모두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신약 개발에 있어 R&D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케미버스의 활용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 기초 연구 전문기관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까지 개발한다. 이후 국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PHI-101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수십 개의 제약사 및 글로벌 바이오텍과 비밀유지협약(CDA)을 체결하고,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5개의 표적 단백질을 대상으로 8개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그는 “케미버스 플랫폼의 신 약재창출 모듈을 활용하면 새로운 적응증으로의 확장도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 전 시리즈C 투자(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올 하반기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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