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코크로스는 2015년 창립했다. 김이랑 대표는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울산대 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김 대표는 온코크로스 설립 이후 지난 2월까지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과장직을 겸직했다. 그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 의사 출신 대표로서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RNA 발현 양상 분석해 새로운 적응증 예측
플랫폼 ‘랩터AI’는 약물과 적응증에 대한 최적의 조합을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질환과 약물이 각각 변화시키는 유전자 발현 양상을 AI가 학습한다. 이를 근거로 특정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이나 적응증에 맞는 기존 약들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회사는 RNA 염기서열분석으로 도출한 환자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AI에 학습시킨다. 특정 질환의 환자와 일반인의 RNA 발현을 비교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2만여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파악하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결과를 사용한다.
환자 데이터는 미국국립보건원 (NIH)과 다수의 유전자 정보 사이트의 공개된 정보를 활용한다. 직접 도출한 고유의 NGS 데이터들도 활용한다. 협업하는 병원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유전자 발현 양상을 검사하고 분석한 결과들이다. 일례로 소아희귀뇌전증(드라벳 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과 협업을 하고 있다.
약물을 투여했을 때의 RNA 발현 양상도 AI에게 필요한 데이터다. 약물 데이터도 기존에 공개된 자료들이 많이 있다. 기존에 출시된 약물들을 질환의 세포주에 직접 처리해서 만든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온코크로스는 주로 인간 대상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개발사들과 협업한다. 랩터AI를 활용해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질 도출 단계의 물질에 비해 독성 및 안전성 검증에 대한 위험도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새로운 적응증의 발견은 부작용을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랩터AI는 유전자 발현 양상을 근거로 새로운 적응증을 발견한다.
제일약품의 ‘JPI-289’는 뇌졸중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약물이다. 온코크로스는 이 약물에 대 해 2가지 신규 적응증을 발견하고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세부 적응증을 정하지 못한 항암제의 최적 암종을 찾아내기도 한다. 에스티팜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암에 대해서 최적의 암 적응증 및 바이오마커를 찾아냈다. 대웅제약과도 협업 중이다. 폐섬유증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DWN12088’을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해 최적 암종을 찾고 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최적의 약물 발굴
랩터AI는 자체적으로 특정한 적응증에 대한 약물을 찾기도 한다. 랩터AI는 특정 질환에 의한 유전자 발현 양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약물을 찾는다. 이 경우는 주로 특허가 만료된 약들을 대상으로 한다. 약물 재창출을 통해 복합제로 만들어 용도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이다. 단독 성분의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를 보완할 병용 약제를 더한다. 더욱 최적화된 약을 만들고 오프라벨(off label·승인되지 않은 적응증에 대해 기존 약을 사용하는 것) 처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장 진행이 빠른 자체 파이프라인은 근감소증 및 루게릭병 치료제인 ‘OC-501·OC-504’ 복합제다.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1상 이후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판권은 한국파마에 기술이전했다. 한국파마는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직접 세포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물실험은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을 통해 진행한다. 전임상 과정을 끝내고 기술이전한다는 전략이다.
특정 약물과 적응증이 정해진 상태에서 최적의 복합제 성분이나 병용 투여할 의약품을 찾을 수도 있다. 김이랑 대표는 “그동안의 복합제는 대부분 혈압 약과 고지혈증 약을 함께 처방하는 등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랩터AI는 아무 연관 없는 약들의 새로운 조합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전이암 원발부 찾는 온코파인드AI
‘온코파인드AI’는 원발부위불명 전이암(CUP)의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이다. CUP는 전이된 암이 발견됐지만 처음 발생한 부위(원발부)를 알아낼 수 없는 질환이다. 전이암은 원발부를 알아야 그에 맞는 최적의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발부에서 암이 사라지거나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같은 간 전이 환자라도 원발부가 대장암인지 췌장 암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CUP는 현재 전이된 조직을 면역검색 방식으로 검사해서 원발부가 어디인지를 추측한다. 하지만 그 정확도는 60%에 불과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온코크로스는 정상조직 및 암환자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분석했다. 암에서 특징적인 유전자들을 선별해서 알고리즘을 만들고 AI 플랫폼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23개 암종에서는 99%, 42개 암종에 서는 95% 이상의 정확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 회사는 체외진단기기로서 온코파인드AI를 허가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립암 센터 및 강북삼성병원에서 연구자 임상을 위한 임상심사위원회(IRB) 심사를 통과했다.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환자의 NGS 데이터를 입력하면 원발부 분석 결과를 보내 주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최적의 약물을 추천하는 기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환자의 유전자 발현을 근거로 특정 항암제를 제시하거나 표준치료법에 더해 병용투여하면 효과적인 약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항암제와 병용투여하는 전이억제제도 랩터AI를 통해 자체 개발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에서 연구자 임상을 위한 IRB 심사를 통과했다.
온코크로스는 2019년과 지난해에 각각 60억 원 규모 시리즈A와 165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또는 내년 초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빠르면 이달 안으로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상장으로 모집한 자금은 인력충원, 자체 파이프라인 및 공동개발 임상을 위한 비용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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