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 팔순 맞은 유유제약, 100세 땐 글로벌 제약사 돼 있을 겁니다

입력 2021-05-24 09:54   수정 2021-07-09 15:55

<p> ≪이 기사는 05월 24일(09:54)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80돌을 맞은 전통의 제약사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회사는 아니었던 유유제약이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명문대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손잡고 한꺼번에 2개 신약(뇌졸중 및 다발성경화제) 개발 프로젝트를 내놓은 덕분이다.

여기에 내년쯤 임상에 들어갈 안구건조증 신약과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개량신약까지 더하면 파이프라인은 한층 더 풍성해진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선 오너 3세 경영자인 유원상 사장에게 유유제약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안주란 없다, 유유제약의 새로운 도전
올해 ‘팔순’을 맞은 유유제약은 업력으로만 볼 때 제약업계의 ‘맏형’ 격이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전에 문을 연 제약사 중 지금까지 생존한 곳은 유유제약을 비롯해 동화약품, 유한양행, 삼성제약 등 몇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의 기업들은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라는 엄청난 자산을 갖는다. 동시에 ‘변화에 대한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약점도 안게 된다.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새롭게 도전하기보다는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취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진 게 없다 보니 도전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으려는 젊은 기업과는 정반대 행보를 걷게 된다.

‘2021년의 유유제약’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상당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하게 젊은 기업에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복제약 등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신약 개발 등 도전적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80년간 조직 곳곳에 켜켜이 쌓인 ‘상명하복 문화’를 바꾸려는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유제약의 변신을 이끄는 선봉장은 오너 3세인 유원상 유유제약 사장(47)이다. 유 사장의 커리어는 일반적인 제약업계 최고경영자(CEO)가 걸어온 길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명실상부한 해외파다. 국내(17년)보다 해외(30년)에서 더 오래 살았다. 대학(미국 트리니티 칼리지)과 대학원(미국 컬럼비아대 MBA)도 미국에서 나왔고, 해외에서 10여 년간 직장생활도 했다.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회계법인(아더앤더슨)과 증권사(메릴린치)를 거쳐 노바티스, 데이진파마 등 글로벌 제약사의 해외본사 및 지점을 거친 뒤 2009년 유유제약에 합류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회사 안팎을 공부한 뒤 대표이사(2019년)가 됐고, 다시 사장(2020년)이 됐다.

유 사장의 해외 네트워크는 올 들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이걸 활용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뇌졸중 및 다발성경화증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목표는 유유제약을 ‘한국의 노바티스’처럼 만드는 것이다. 유 사장은 “노바티스가 본국(스위스)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하듯이 유유제약도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41년까지 미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 약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는 게 올해 목표다. ‘매출 1000억 원’은 원래 2020년 목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981억 원에 그쳤다. 2019년 대비 8% 증가한 수치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올해 시장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유유제약의 주요 품목이 호흡기질환 계통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환자가 확 줄었다. 그래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 코로나19와 무관하게 꾸준히 병원을 찾는 만성질환 분야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매출이 늘면 수익성도 좋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신약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수익만 생각해 투자를 늦추지는 않을 것이다.

유유제약의 영업력을 어떻게 강화할 계획인가.
일단 나부터 열심히 뛸 계획이다. 사실 나도 영업맨 출신이다. 20년 전 미국 메릴린치증권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서 일할 때부터 다양한 영업을 했다. 그 뒤로도 여러 업종과 기업에서 영업을 했다. 당시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많았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지금도 영업사원과 함께 수시로 현장을 방문한다. 지방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나 학회에 참석해 의사들에게 유유제약 의약품을 홍보한다. 영업사원으로부터 ‘A병원을 뚫어달라’는 식의 SOS를 받기도 한다. 사장이 뛰는데 영업맨이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겠나. 메릴린치에서 일할 때 보니, 같이 뛰는 보스가 있는가 하면 부하의 공을 빼앗아가는 보스도 있더라. 다행히 당시 나의 보스는 나를 이끌어주는 보스였다. ‘나도 고참이 되면 저 사람처럼 후배를 끌어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데, 제네릭 비중이 높기 때문인가.
지난해 매출 981억 원에 영업이익 62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6.3%였다.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비중은 6 대 4 정도다. 이걸 빠른 시일 내에 4 대 6으로 바꿀 계획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면 제네릭 비중을 낮춰야 한다. 개량신약과 신약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매출의 5%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데, 이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신약이 나오면 수익성은 대폭 개선된다.

UCLA와 협업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2개 더 확보했다.
다발성경화증 및 뇌졸중 치료제를 UCLA와 공동연구하게 됐다. 유유제약이 신약 물질에 대한 지식재산권과 상용화 권리를 독점적으로 갖는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에 있는 신경세포의 절연 덮개가 손상돼 신호전달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자가면역 질환 및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환자 수가 세계 230만 명에 달하지만, 지금은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만 있다. 이 약이 개발되면 세계 최초 신약(first in class)이 될 수 있다.

시장 규모는 꽤 클 것이다.(데이터모니터는 올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시장 규모를 235억 달러(약 26조 원)로 추정했다) 뇌졸중 약은 뇌졸중 후 뇌의 회복을 촉진하는 약이다. 현재 이런 약은 없다. 이 역시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 신약이 된다. 이 시장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두 치료제 모두 2030년 무렵에 시판될 수 있을 것이다.

UCLA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다. 처음에는 국내 대학과 접촉했지만, 유유제약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가 국내보다 더 비싼 건 아니더라.

유유제약은 전략적으로 독성시험을 하기 전 초기단계 물질만 파고들었다. 임상 1상, 2상에 들어간 물질은 글로벌 기업들이 큰돈을 주고 입도선매하기 때문이다. 독성시험 전 물질은 싸게 권리를 살 수 있다. 마침 UCLA에 이런 물질이 있었던 거다. 당시 유유제약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느라 미국 대학만 10곳 넘게 연락했다. 이런 과정에서 UCLA와 선이 닿았다.

독성시험 전 물질은 실패 가능성이 크지 않나.
그건 어쩔 수 없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신약 개발 경험이란 자산이 쌓 인다. UCLA와 네트워크도 공고해진다. UCLA가 이후에도 새로운 물질을 찾으면 유유제약에 연락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처음부터 홈런을 칠 수는 없다. 투자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외부자금을 받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유유제약이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고, 해당 신약 개발 프로젝트 회사를 별도로 세워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신약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 전임상을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외 제약사와 기술수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탈모치료제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합친 복합제 개량신약도 내년쯤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탈모 치료제는 빠르면 2026~2027년,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2029~2030년 시판하는 게 목표다.

바이오벤처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는 것도 검토하나.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현재로선 유유제약이 직접 좋은 의약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좋은 인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준비하는 신사업이 있다면.
유유제약 산하에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유유헬스케어와 의료기기 사업을 벌이는 유유테이진이 있다. 헬스케어 분야의 3대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제약, 건기식, 의료기기 사업을 모두 하는 셈이다.

유유헬스케어는 건기식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200여 개 회사가 유유헬스케어에 건기식 생산을 맡기고 있다. 최근 몇년간 건기식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2년여 전 공장 생산설비를 5배 늘렸는데 벌써 꽉 찼다. 증설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유유테이진은 수면무호흡 환자가 잘 때 착용하는 양압기 대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단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들 3대 사업의 양과 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전문의약품에 비해 일반의약품 부문이 약하다.
고민하는 대목이다. 일반의약품을 강화할 생각은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방법을 찾고 있다. 1960년대에 나온 유유제약의 비타민 브랜드 ‘유판씨’는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경쟁 브랜드에 완전히 밀렸다.

다행인 건 유유제약이 10여 년 전 빅데이터를 제품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는 거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장의 트렌드를 읽은 뒤 유판씨 등 일반의약품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그걸 다시 구매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유유제약을 어떤 기업으로 만들고 싶나.
‘한국의 노바티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 노바티스 뉴욕 및 싱가포르에서 4년가량 일한 인연 때문인지, 노바티스는 고향집 같은 느낌이 있다. 스위스라는 작은 나라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제약업계의 최강자가 됐다. 그걸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노바티스의 시스템에 한국 특유의 스피드와 성실성을 더하면 유유제약도 글로벌 제약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시점은 유유제약이 100주년을 맞는 2041년이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키우겠다. 미국시장에서 약을 판다는 건 글로벌 제약사가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인사가 만사다. 좋은 사람이 없으면 좋은 약을 만들 수 없다. 좋은 약이 없는데 어떻게 제약사가 살아남겠나.

인재를 영입하고, 인재 유출을 막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회사의 비전이다. 유유제약은 미래가 밝은 회사다. 신약을 개발하고 있고, 미국 진출도 추진하는 회사다.

두 번째는 보상이다. 유유제약은 4년 전부터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스톡 그랜트’(자사주 무상증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수 인재에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무상 제공하는 것이다.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스톡옵션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다.

마지막은 회사 분위기다. 유유제약의 나이는 80세지만, 정신연령은 이보다 훨씬 젊다. 20대 청년들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사가 깊을수록 수직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데.
작년부터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충북 제천공장을 찾아 일주일씩 숙식을 한다. 수직적인 공장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해 CEO인 내가 직접 나선 것이다.

당일치기로 방문해서는 바뀔 수가 없다. 일주일 정도 함께 먹고 자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문화로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는 게 보인다.

제약사인 만큼 회사 분위기가 딱딱할 것 같다.
일단 재미있는 직장으로 바꾸고 있다. 복장을 자율화하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도 생겼다. 건물 1층에 지압실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근무시간에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사무실 분위기도 스타트업 느낌이 나도록 바꿨다.

유유제약 주주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단기적인 이벤트와 무관하게 유유제약 주가는 장기적으로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강력 매수(strong buy)’를 추천한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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