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모자 로고 '보난자'…알고보니 부친 골프장 이름이네

입력 2021-05-13 17:54   수정 2021-05-14 00:05


허인회(34)는 지난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6년 만에 우승했을 때 ‘BONANZA’(보난자)라고 적힌 모자를 썼다. 대회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이 로고는 태국에 있는 보난자CC의 기업 이미지(CI)다. 보난자CC는 허인회의 부친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허인회는 13일 통화에서 “골프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뒷바라지해주신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지난해부터 로고를 달고 뛰게 됐다”고 말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자에는 허인회의 경우처럼 이색 스폰서가 유독 많다. 여자 프로골퍼들은 대기업 또는 적어도 중견기업의 브랜드 CI가 새겨진 모자를 쓰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남자 대회에선 유명 기업들이 후원하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적어서다.

이색 스폰서는 지인 및 가족의 사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종 계약금을 받기도 하지만 대기업 후원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허인회처럼 선수들이 부모의 기업 로고를 부착할 때가 많다. 허인회는 “지난해까진 아버지한테 소정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언젠가는 계약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무상으로 홍보해드리고 있다”며 웃었다.

김우현(30)을 후원하는 수제화 제조회사 바이네르는 조금 더 특이한 사례다. 김우현의 아버지 김원길 씨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김우현을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골프단을 창단해 골프 후원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미드아마연맹의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등 후원의 폭을 넓히고 있다. 김우현도 코리안투어에서 2승을 거두는 등 아버지의 회사와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박효원(34)의 후원사인 박승철헤어스튜디오도 골프계에선 낯선 기업이다. 박승철헤어스튜디오는 국내 최대 헤어프랜차이즈다. 박효원은 이 회사 박승철 대표의 아들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프로 생활 초기부터 꾸준히 이 회사의 후원을 받아온 그는 2018년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 우승으로 마음의 빚을 갚았다.

장이근(28)은 2017년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테일러메이드를 달고 뛰다가 우승을 결정한 4라운드부터 ‘명동충무김밥’ 모자를 써 화제를 모았다. 명동충무김밥은 그의 부친 장오천 씨가 1983년부터 서울 명동에서 운영해온 식당이다. 장이근은 “이전 대회에서도 최종라운드가 되면 아버지 식당 로고가 적힌 모자를 썼다”며 “우승을 예상하고 쓴 건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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