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겟돈(chipageddon)'이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반도체 부족현상에 전세계 증시가 신음하고 있다. 자동차부터 게임기, 태양광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들이 반도체 부족에 주가가 흔들리는 중이다. 미국에선 아마겟돈이 지구의 종말을 불러일으켰듯, 반도체 부족 현상도 다방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에서 치파겟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반도체 부족 현상이 향후 1~2년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비슷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기를 만드는 일본 게임업체의 타격이 컸다. 게임기에 들어갈 반도체가 부족해진 탓이다. 닌텐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8.67% 내렸고, 4월 이후론 2.73% 내리고 있다.
소니 역시 4월 이후 주가가 13.85%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플레이스테이션5가 새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족으로 재고가 동나다시피 한 상황이다. 도토키 히로키 소니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내년까지 플레이스테이션5의 수급을 맞출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장치에 반도체가 쓰이는데, 이 반도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지난10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솔라엣지테크놀로지스에 대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며 목표주가를 306달러에서 27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치파겟돈이 짧게는 내년, 길게는 내후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글렌 오도넬 포레스터 부사장은 "수요는 여전히 높고 공급은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2년을 거쳐 2023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웬제 자오(Wenzhe Zhao) 크레디트 스위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반도체 생산 능력은 2022년이나 그 이후나 돼야 정상화 될 것"이라며 "주문과 생산일정, 가격을 조정하는 것 외에 최근의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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