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러브콜' 받는 화승소재, 투기 등급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김은정의 기업워치]

입력 2021-05-14 08:49   수정 2021-05-14 09:07

화승소재가 투기 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중한 배당 부담과 설비투자로 인해 증가세인 차입금이 화승소재의 신용도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화승소재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933억원이다. 전년 말(870억원)에서 63억원이 늘었다. 2018년엔 856억원이었다. 영업이익 규모와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다. 지난해 화승소재의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126억원) 대비 35%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4%로 전년(4.4)에 비해 1%포인트 떨어졌다.

CMB(고무소재)를 전문적으로 제조·판매하는 화승소재는 합성고무 생산기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국내 CMB 시장 내 점유율이 1위다. 1500여개 제품을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배합·생산할 수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정부 등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계열 내 수직 계열화된 사업 구조도 화승소재엔 경쟁력이다. 화승소재는 화승네트웍스를 통해 합성고무 등의 원자재를 공급받아 1차 가공 중간 제품을 생산한다. 이를 화승알앤에이와 화승티엔드씨 등 자동차 고무부품 제조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2015년 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 매입 등으로 차입 부담이 과중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2018년 유휴부지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일부 갚았지만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지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주력 제품의 완만한 수요 회복 속 양호한 수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외형 성장에 따른 운전자본 투자부담 확대, 자금부담으로 지연된 설비개선 투자 진행, 배당유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기업평가는 화승소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으로 BB+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방산 비중 등의 확대로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거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3.5배 이하로 유지되면 신용등급을 올릴 방침이다. 하지만 화승소재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6.7배다. 2018년 5.1배, 2019년 5배에서 오히려 높아졌다.

성장성에 대한 시각도 좋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CMB 제조업이 기술적으로 성숙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도 6000억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낮은 기술 진입 장벽과 전방 산업의 변동성을 보면, CMB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화승소재 매출의 약 75~80%를 차지하는 CMB는 자동차 산업을 전방 산업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업황에 따라 매출이 오르내리는 구조다. 2014년 이후 내수 자동차 수요가 정체되고 완성차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CMB의 성장도 정체돼 있다.

다만 올 들어선 방산·해양 부문의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률이 6.4%(1분기 기준)로 좋아졌다. 지난해 1분기엔 5.1%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면서 CMB 제품 수요가 완만하게 늘어날 수 있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 회복과 영업실적 회복 수준에 따라 신용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13일(10: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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