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에서는 골수암에 걸린 첫째 아이의 치료와 장기 이식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설계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 '서복' 역시 인간의 불로장생을 위해 개발된 복제인간이 겪는 딜레마를 다루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골수, 줄기세포, 장기 등 신체 일부를 환자에게 기증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
아직까지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갈등이지만, 생명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일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니 뇌’를 만들고 싶다면, 줄기세포를 뇌 신경세포로 자라게끔 유도한 다음 우리 뇌와 유사하게 3차원 구(球) 형태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짧게는 8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이를 위해 많은 공학자는 장기를 이루는 조직이나 그와 유사한 생체 고분자를 3차원 틀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 안에 오가노이드를 키워 효율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는 세포를 바이오잉크 안에 섞어서 장기 모양대로 인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2018년 영국 대학교 연구진은 각막 줄기세포와 천연 고분자를 섞어 잉크를 만든 후, 이를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해 인공 각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인공 귀나 미니 심장을 인쇄하는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배양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 오가노이드가 실제 우리 몸의 장기와 동일하게 동작할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개발된 오가노이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실제 신체 장기처럼 잘 동작하는지 추적 및 관찰하는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발표된 방법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뇌 오가노이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뇌 오가노이드 내에 형성된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탐침 형태의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전과 윤리 문제로 사람의 뇌를 직접 실험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연구는 의학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양한 약물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우리 뇌가 받는 영향을 보다 쉽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신경계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오가노이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윤리 문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 미숙하긴 하지만, 오가노이드 또한 신체의 일부로서 스스로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몇 개월에 걸쳐 자란 뇌 오가노이드는 여러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개체이므로, 우리 신체에 있는 뇌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미니 뇌’를 배아와 같은 존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먼 미래에 개봉할 새로운 영화의 주인공은 ‘서복’이 아니라 ‘미니 뇌’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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