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달린 카네이션…"성폭력 반복되는 서울대엔 스승 없다"

입력 2021-05-14 17:10   수정 2021-05-14 17:20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대학교 한 건물에 카네이션이 거꾸로 매달렸다. 일부 학생들이 "교수들의 권력형 성폭력이 반복되는 서울대에 카네이션을 드릴만한 스승이 없다"며 항의를 담아 달아놓은 것.
2017년부터 매년 교수 성폭력 발생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소원 공동행동 위원장은 "서울대에서는 매년 최소 1명의 성폭력 교수가 생기고 있다"며 "서울대가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가해 교수들에게 실명 대신 붙이는 알파벳이 동날 만큼 많은 권력형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에서는 2017년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교수의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2017년 공대 A교수와 사회학과 B교수, 2018년 수의대 C교수, 2019년 인문대 서어서문학과 D교수, 지난해 음악대학 E·F교수가 제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공론화됐다.

"교원 징계위에 학생도 참여해야"
공동행동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 교수들에게 내릴 징계를 결정하는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징계위는 가해자인 서문과 D교수의 동료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위촉하려다가 적발됐고, '정직 3개월'에 그치는 불합리한 징계를 내렸다"며 "징계위가 철저히 교수들의 시선에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학생의 징계위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 학생이 원활히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학교가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현재는 피해 학생이 지도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한 후에도 새로운 지도교수를 배정 받지 못해 연구 활동이 중단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공동행동은 피해 학생과 가해 교수의 공간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음대 E교수는 서울대 인권센터가 12개월 정직을 내리고 피해 학생과 공간분리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출입금지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공동행동은 "피해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인권센터는 '교수가 학교에 나오는 시간이나 출입하는 공간을 피해 다녀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재판 늦어지면서 징계도 연기
가해 교수들에 대한 처분도 늦어지고 있다. D·E교수의 국민참여재판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최소한 30~40명의 배심원이 같은 법정 안에 모여야 한다.

지난 1월로 예정됐던 D교수의 국민참여재판은 오는 7월로 미뤄졌다. 미국에 있던 피해자는 재판을 위해 지난 1월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재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E교수 피해자 역시 2019년 5월 E교수를 고소했으나, 2년이 되도록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았다. F교수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이 미뤄지면서 학교가 내리는 징계도 늦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검찰 처분 결과가 나온 후에 징계를 결정하겠다며 음대 E·F교수에 대한 징계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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