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주 전에 이어서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 기업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훠궈 시장 1위인 하이디라오와 패스트푸드 1위인 얌차이나를 알아보겠습니다. 두 회사 모두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습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음식 프랜차이즈가 50개 정도 되는데 하이디라오와 얌차이나가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음식료주를 또 소개해 드리는 건 지금 당장 주가가 좋아서는 아닙니다. 최근에는 중국 증시 전체가 별로 안 좋은 상황입니다만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주를 미리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Q1. 하이디라오는 어떤 기업이죠?
하이디라오는 한국식으로 읽으면 해저로이고요 바다 밑, 해저에서 건저 올린다는 뜻입니다. 이름처럼 주력 제품은 훠궈입니다. 불 화(火)에 냄비 과(鍋)를 쓰고요. 중국식 샤부샤부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넓은 냄비에 육수를 끓이면서 고기나 야채, 버섯 같은 재료를 넣어서 익혀 먹는 음식입니다. 한국에도 매장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훠궈 프랜차이즈로는 하이디라오와 샤부샤부 이렇게 두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하이디라오가 고급 패밀리레스토랑을 추구한다면 샤부샤부는 청년층에 초점을 더 맞춰서 좀 싸고 메뉴도 간단합니다. 샤부샤부는 처우처우라는 별도 고급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요. 샤부샤부도 홍콩 상장사인 데 시가총액은 하이디라오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다시 하이디라오로 돌아가면요, 하이디라오의 작년 말 기준 글로벌 매장 수가 1298개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작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매장을 500개 넘게 늘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신설 매장 90%를 중국에 집중했습니다.
전체를 보면 중국 본토에 935개 매장이 있는데, 이 중에 92%가 대도시에 집중해 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대도시가 2선 3선 도시보다 빠르게 회복했는데, 대도시에 매장이 많은 하이디라오는 여기서 수혜를 좀 봤습니다. 실적은 조금 후에 말씀드릴 거고요.
하이디라오가 2016년만 해도 매장 수가 170개였는데 4년 만에 7배 넘게 덩치를 키운 겁니다. 2018년 200개, 2019년 300개, 작년에 500개 이런 식으로 더 속도를 늘려왔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150개를 늘렸고요, 연말까지 총 500개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Q2. 중국 경기 회복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확장세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음식업종은 코로나19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하이디라오는 이런 우려에 대해서 "우리 회사에게는 아주 편안한 속도"라고 합니다. 팬더믹으로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은 게 오히려 큰 기회라는 설명이고요, 또 2018년에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조달한 자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도 합니다. 이 회사는 2018년 8월에 홍콩에서 기업공개를 하면서 9억6300만달러, 약 1조1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Q3. 작년과 올해 실적은 어떤가요?
작년 상반기에는 확실히 타격을 입었습니다. 매출은 97억6000만위안, 약 1조6500억원이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6% 정도 줄었습니다. 순손실도 9억6500만위안, 약 1600억원 냈는데 이건 2019년 상반기 9억1100만위안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겁니다.
연간으로는 그래도 흑자를 냈습니다. 작년 전체 매출이 286억위안이었으니까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의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2019년 대비로는 8%가량 늘었고요.
순이익도 3억위안 냈습니다. 2019년 순이익 23억위안보다는 대폭 줄었는데, 상반기 적자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14억위안 정도 이익을 낸 겁니다.
올해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 570억위안에 순이익 45억위안 정도를 하는 걸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매출은 작년이나 2019년보다 두 배고 순이익도 2019년 대비 두 배가 된다고 보는 겁니다.
Q4. 주가도 좀 볼까요?
2018년 8월 하이디라오가 상장할 때 공모가가 17.8 홍콩달러였습니다. 지난 2월에 찍은 고점은 85홍콩달러였으니까 네 배 조금 넘게 올랐었고요. 그 이후로 약세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40홍콩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2200억홍콩달러, 약 31조원 정도 됩니다.
중국과 홍콩 증권사들은 향후 예상 실적에다가 주가수익비율 PER 40배를 줘서 목표주가를 63홍콩달러 정도로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 주가는 PER이 30배 정도인데, 성장세와 독점력 같은 요인들을 감안하면 40배까지도 줄 수 있겠다는 분석입니다.
주가 측면에서 최근에 호재가 하나 있었는데요, 홍콩거래소 상장사 우량종목 55개로 구성된 항셍지수에 편입이 된 겁니다. 종목 추가는 지난 3월15일에 이뤄졌습니다. 항셍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가 꽤 많으니까 펀드 자금도 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Q5. 하이디라오가 무턱대고 매장을 늘리진 않았을 텐데, 어떤 강점이 있죠?
우선 음식점이니까 맛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 사람 입맛에도 충분히 통할 정도로 퀄리티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하이디라오를 가봤는데, 아쉽지만 한국은 재료가 달라서인지 중국보다는 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에 있으면서 하이디라오 외에도 아까 말씀 드린 처우처우와 샤부샤부 모두 가봤는데요, 다들 특징이 있어서 어느 한 곳이 더 낫다고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세 곳 다 실패할 확률은 낮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이디라오는 맛보다는 서비스로 더 유명한 프랜차이즈이긴 합니다. 식사 시간에 가면 어느 매장에 가도 대기 줄이 상당히 긴데요, 대기 공간이 별도로 있는데다가 기다리는 동안 간식을 무제한으로 줍니다. 제가 여기서 간식으로 받은 팝콘이 맛있어서 타오바오에서 찾아서 시켜먹을 정도로 간식 수준도 높습니다. 매장에 따라선 네일아트를 해주거나 어린이 놀이방을 갖춰 놓은 곳도 있고요.
식사할 때는 15분마다 물수건을 교체해 주고, 또 머리가 긴 고객에게는 머리끈을 먼저 갖다 주기도 합니다. 종업원들이 고객이 하는 행동을 계속 살펴보다가 뭐가 필요하다 싶으면 얘기하기도 전에 알아서 해주는 게 큰 특징입니다.
Q6. 최근에는 진상고객 해프닝도 무사히 넘겼다고요.
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에게 평판이 중요한 건 한국이나 중국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블랙 컨슈머나 이른바 진상으로 불리는 악성 고객에 대한 대처도 매우 중요하고요.
최근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하이디라오에서 17위안(약 3000원) 내고 한 끼 해결하기" 같은 포스트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떤 소비자가 작년 말에 하이디라오에 가서 토마토와 계란, 국수 사리만 산 다음에 공짜 육수에다 풀어서 한 끼 해결했다는 무용담을 올리면서 시작된 건데요. 하이디라오에 가면 야채와 과일 과자 등을 무료로 무제한으로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 중국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었고, 한 방송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매장에 가서 촬영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매장 매니저가 대응을 아주 잘 했습니다. "우리는 손님이 얼마를 쓰는지에 따라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 손님이 얼마나 주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똑같이 대응할 거다"라고 한 겁니다. 이 뉴스가 전국에 퍼지면서 하이디라오에 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갔습니다.
Q7. 이번엔 패스트푸드 1위 얌차이나를 좀 볼까요?
얌차이나는 중국에서 KFC와 피자헛 타코벨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KFC는 중국에선 가장 매장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입니다. 중국 내 매장만 7000개가 넘는데 맥도날드가 3000개 정도고요, 패스트푸드는 아니지만 스타벅스가 4000개정도 됩니다.
얌차이나는 히스토리가 좀 길고 복잡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말씀드려 보면, 시작은 펩시콜라의 음식사업부였습니다. 펩시콜라가 코카콜라한테 계속 밀리다가 1970년대에 방향을 전환한 게 종합 식품회사였고요, 그 일환으로 피자헛 KFC 타코벨을 차례로 사들였습니다.
그 음식사업부가 1997년 트라이컨이라는 회사로 독립을 했고, 2002년에 얌브랜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여기서 얌은 yum이고 영어로 맛있다는 의미인데 한국에선 염보다는 얌이라고 더 많이 읽는 듯 합니다.
이 얌브랜드가 2016년에 중국 사업부를 독립을 시킨 회사가 얌차이나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이 돼있고요, 홍콩에는 작년 9월에 이중 상장을 했습니다.
얌차이나의 중국 이름은 바이셩이고요, 숫자 백(百)에다가 이길 승(勝)을 씁니다. 한자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역사적으로 볼 때 펩시콜라가 중국에서 바이스커러라고 하는데 이 앞에 바이스가 숫자 백에 일 사(事)자를 쓰거든요. 바이스가 펩시랑 발음이 좀 차이가 나는데, 이건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으로 읽었을 때고요, 펩시가 중국에 남부지방부터 진출을 했는데 남부에서 쓰는 광둥어로 읽으면 빼시라고 읽어서 발음이 좀 비슷해 집니다.
얌차이나 중국 이름에서 앞에 바이는 펩시에서 따온 것이고, 거기다가 이길 승자를 넣어서 바이셩이 된 겁니다.
Q8. 히스토리가 상당히 길군요. 그런데 KFC가 글로벌로나 미국에서나 가장 큰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아닌데 어떻게 중국에선 1위가 됐을까요?
KFC는 전세계 패스트푸드 중에서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1987년에 베이징 천안문광장 근처에 당시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500석짜리 매장을 열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KFC의 중국 진출 사례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케이스 스터디로 작성될 정도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선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고요, 가족들이 와서 오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매장 공간을 미국의 두 배 정도로 설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적극적으로 내놓은 겁니다. 중국 KFC에 가보면 치킨도 중국 마라 소스나 간장 소스 치킨도 다양하게 있고, 아침에는 중국인의 표준 식사인 두유와 중국식 도넛에다 죽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얌차이나는 지금도 얌브랜드의 계열사이긴 한데요, 완전히 독립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 맞춤형 R&D센터도 있고요, 여기서 매년 50종이 넘는 중국인 대상 메뉴를 새로 내놓습니다. 또 식재료를 구하고 배분하는 유통망을 완전히 중국 현지화를 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힙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2020년 기준 세계에서 매장이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는 서브웨이라고 합니다. 4만1600개가 있다고 하고요, 맥도날드가 3만9000개로 그 다음입니다. 스타벅스가 3만2000개, KFC가 2만4000개, 버거킹이 1만8000개 순서입니다.
Q9. 얌차이나 최근 사업은 어떤가요?
얌차이나가 작년에 코로나19 와중에도 1165개 매장을 새로 열었습니다. 작년에 홍콩에서 상장을 하면서 22억달러, 약 2조6000억원 자금을 조달한 덕분입니다. 전체 매장은 1만500개고요 KFC가 7100개, 피자헛이 2300개, 중국 찜요리 전문점인 황지황이 600개정도 됩니다. 매출도 매장 수대로 KFC에서 70%, 피자헛에서 21% 나옵니다.
실적을 보면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금 고전했지만 올 1분기에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습니다. 작년에는 매출 539억위안, 약 9조4000억원에 순이익 49억위안, 약 8500억원을 해서 2019년 대비 매출은 12%정도 줄고 이익은 3% 늘었습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16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나 커졌고요 순이익은 15억위안으로 세 배 뛰었습니다.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매출은 올해 660억위안, 내년 720억위안 이런 식으로 커질 전망이고요 순이익도 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Q10. 최근 주가와 리스크 요인을 좀 짚어볼까요?
얌차이나가 작년 8월 홍콩증시에 공모가 412홍콩달러로 상장했습니다. 이후 지난 2월 고점이 500홍콩달러였고요, 현재는 470홍콩달러정도 합니다. 다른 음식료주들에 비해선 고점 대비 낙폭이 적은 편입니다. 1분기 실적이 받쳐준 부분이 있다고 보여지고요.
작년에 코로나19로 음식점들이 전반적으로 고전했는데, 얌차이나는 기존에도 배달 부문이 강했고, 작년에도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면서 배달 부문을 강화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스크라면 전반부에 말씀 드린 하이디라오와 마찬가지로 정부 규제와 평판 리스크를 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계속 추진하고 있고요, 이 일환으로 이른바 먹방도 금지를 시켰습니다. 중국인이 음식을 좀 많이 시켜서 남기는 걸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 음식료 기업들의 성장성에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또 하이디라오가 작년에 가격을 올렸다가 여론이 안 좋아졌던 경험이 있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리스크는 계속 상존할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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