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냄새·물집…무좀 유형 따라 치료법 달라요

입력 2021-05-14 18:23   수정 2021-05-15 01:38

볕이 좋은 날엔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를 정도로 더워졌습니다. 5월 중순인데도 벌써 초여름 날씨입니다. 날이 더워지면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이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무좀균도 그중 하나입니다.

무좀이라고 흔히 부르는 질환의 정확한 명칭은 ‘백선’입니다. 곰팡이균 중 한 종류인 피부사상균이 피부를 감염시키면서 발생합니다. 날씨가 더울수록 무좀이 재발하거나 환자가 늘어나는 까닭은 피부사상균이 더운 환경에서 번식력이 왕성해지기 때문입니다. 백선은 발 외에도 사타구니, 몸, 여성의 질 등 다양한 곳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중 발에 생기는 족부 백선, 그러니까 무좀은 지간형, 각화형 수포형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형에 맞춰 적절한 치료 방법을 써야 개선 효과가 좋습니다.

발가락 사이 각질이 벗겨지며 ‘고린내’가 심하다면 지간형 무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장시간 맞닿아 있어 땀이 고이기 쉬운 3~5번째 발가락 사이에 자주 생기며 무좀 환자의 55%가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이런 무좀 환자는 약국에서 파는 무좀약인 항진균제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발바닥이 마른 논두렁처럼 쩍쩍 갈라지고 피가 난다면 각화형 무좀으로 분류됩니다. 무좀 환자 중 각화형 비중은 40% 정도입니다. 피부층 위에 생긴 딱딱한 각질층 때문에 그 위에 항진균제를 발라서는 약물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 치료가 잘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각화형 무좀을 치료할 때엔 무좀약은 물론 피부연화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피부연화제가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진균제가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발에 작은 물집이 여러 개가 잡힌다면 수포형 무좀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무좀 환자 중 비율은 5% 정도입니다. 땀 때문에 불어난 피부의 각질층과 표피층 사이에 피부사상균이 침입했을 때 이 유형의 무좀이 발생합니다. 다른 무좀에 비해 가려움증이 유독 심한 게 특징입니다. 무좀약과 함께 항생제를 처방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좀약의 항진균제 성분으론 ‘테르비나핀’과 ‘클로트리마졸’이 대표적입니다. 동아제약의 ‘터비뉴겔’(사진)과 GSK의 ‘라미실’이 테르비나핀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입니다. 클로트리마졸은 바이엘의 무좀 치료제 ‘카네스텐’에 함유돼 있습니다.

테르비나핀과 클로트리마졸 모두 진균의 세포막 필수성분인 에르고스테롤의 합성을 방해해 진균의 증식을 막습니다. 테르비나핀은 에르고스테롤 합성 단계의 초반부에, 클로트리마졸은 후반부에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테르비나핀과 클로트리마졸 성분 중 어느 쪽이 더 치료 효과가 좋을까요. 김명규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각 성분의 치료 효과를 다룬 논문을 모아 재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테르비나핀의 완치율이 클로트리마졸 대비 소폭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발을 막는 비율에 있어선 테르비나핀이 좀 더 우수한 결과를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국내 무좀 치료제 시장에는 주목할 만한 지각 변동이 있었습니다. 오랜 강자였던 라미실(점유율 8.8%)과 카네스텐(5.8%) 등 해외 제약사의 제품을 누르고 터비뉴겔이 시장 1위(11.0%)로 올라섰습니다. 같은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점, 투과력이 뛰어나 각화형 무좀에도 잘 듣는다고 마케팅을 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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