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發) 글로벌 ‘우드 쇼크’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목재 생산 감소와 글로벌 물류 대란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공급은 줄었는데 목재를 많이 쓰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올해 빠르게 회복되면서 ‘블랙홀’처럼 목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수입 목재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은 비상이다. 가구, 인테리어 자재 등의 가격 상승도 잇따르고 있다.
공공조달시장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중소·중견 가구업계에선 지난 3월부터 원자재 부족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물고 향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김현석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는 “공공조달 가구업계는 새 학기를 앞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8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인데 이때 원부자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상운임 상승도 목재 수급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중견 합판 제조기업 관계자는 “해상운임이 올해 들어 작년 말 대비 두 배 올랐는데도 화물선 잡기가 어려워 조달 기간이 적어도 1.5배는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가격 협상력이 비교적 약한 중소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을 나타내는 증빙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를 근거로 조달가격 인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승삼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오르는데 조달가격, 납품 단가가 바뀌는 데는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중소업체의 적자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단독주택 수요가 많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은 덜하지만 목재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하반기 토목투자 증가 및 주택건설 개선으로 합판·보드용 목재 수요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할 전망이다. 목재 내수(방수) 합판은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용 거푸집으로 쓰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수 합판 확보가 어려워지면 저렴한 준(準)내수 합판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건설현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용 목재의 70%를 수입해 쓰는 일본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수요 급증으로 목재 수입량이 30%가량 감소하면서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7260엔(약 7만4900원)이던 일본산 삼나무(3m) 가격은 4월 초 1.5배가량 뛰었다. 유럽에서도 북미에서 목재를 구하지 못한 미국 업체들이 비싼 값을 주고라도 유럽산 목재를 사들이면서 목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주요 소나무 수입국인 호주와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호주산 목재 수입이 끊긴 상황이다.
연간 세계 원목의 약 12%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이 와중에 내년 1월부터 침엽수재와 고가 활엽수 원목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 입법을 상반기 추진 중이다. 불법 목재 반출을 금지하고 삼림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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