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려졌기 때문에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서다. 주식시장엔 이처럼 일부분만 만져보고 판단하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사람마다 이유가 제각각이다.
‘①시간이 없으니 자신이 만져본 것으로 판단해도 될 듯싶어서’와 ‘②자신이 만져본 것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라는 사람이 많다. ①과 ②에 비해 그 수가 적긴 하지만 ‘③자신이 만져본 게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몰라서’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주가가 빠진다’로 요약된다. 하루는 경기회복이 시장을 끌어올리고 다음날은 인플레가 주가를 주저앉힌다.
시장이 이렇게 경기회복과 인플레를 오가며 요동치는 이유 중 하나가 ①, ②, ③ 같은 개인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펀드매니저 A씨는 “외국인이 순매도해서, 기관이 순매도해서 주가가 빠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순매수, 순매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거래량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①, ②, ③ 같은 개인은 ‘OOO 때문에’보다는 ‘주가가 오른다(빠진다)’에 집중한다. 표월지(標月指)라는 말이 떠오르는 형국이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만 보고 있다’는 말처럼 달(OOO 때문에)보다는 손가락(주가가 오른다, 빠진다)만 보는 것이다. 앞쪽의 이유는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뒤쪽의 오른다(빠진다)에만 반응하고 있다.
‘인플레 때문에 주가가 빠진다’라면 인플레의 진행 속도, 인플레가 영향을 미치는 종목, 자신이 가진 종목에 인플레가 영향을 미칠지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빠진다’에 놀라 허둥댄다.
A씨는 “주식 하니까, 코인 하니까 돈 벌더라는 말에 혹해 뛰어든 사람들이 뇌동매매를 통해 극심한 변동성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적잖은 개인이 뇌동매매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해 변동성이 심하다면 한 발짝 물러서서 그런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 뇌동매매로 주가가 빠질 때를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종목을 사야 할까. 인플레 때문에 주가가 빠진 현시점에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쉽게 진정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금리가 쉽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다. ‘인플레 때문에’에 반대의견을 갖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라면 바이오나 성장주를 사야 한다. “인플레 우려는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고 상품 인플레는 미 연준을 움직이게 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이 이런 선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 경기가 회복할 것이고 그로 인해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다. 경기회복과 금리상승에 베팅해야 한다. 금리상승과 무관하거나 금리상승이 오히려 득이 되는 철강, 보험, 은행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곰표 맥주가 잘 팔리니까 대한제분에 투자했다면, 곰표 맥주가 잘 팔리는지를 계속해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곰표 맥주가 잘 팔리면’은 자신이 대한제분에 투자한 근거다. 그 근거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실현되는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①, ②, ③ 같은 이유로 뇌동매매하는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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