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1월 ‘GI-101’의 글로벌 임상 1·2상 시험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빠르면 이달 안으로 허가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GI-101의 효율적인 임상을 위해 심리스, 바구니형, 적응형 등의 임상시험 방식을 채택했다.
GI-101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이중융합단백질 플랫폼 ‘GI-SMART’를 이용해 개발한 면역항암제다. GI-101의 임상시험은 심리스(seamless), 바구니형(basket trial), 적응형(adaptive) 방식으로 설계했다. 국내 바이오텍에서는 드문 방식이다. 이런 새로운 임상시험의 장점과 국내 바이오텍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기 어려운 이유 등을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에게서 들어봤다
Q. GI-101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린다.
A. GI-101은 암세포에 대한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이중융합단백질 면역항암제다. 항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GI-101의 한쪽에는 CD80(CTLA-4와 결합)이, 다른 한쪽에는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인 인터루킨(IL)-2가 붙어있다.
세포독성 T세포의 표면에는 CD28과 CTL A-4라는 수용체가 있다. CD80은 이 두 수용체와 모두 결합할 수 있다. GI-101의 CD80은 CD28과 결합해 T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CTLA-4와 결합해 암세포의 면역 관문을 억제한다. 반대쪽의 IL-2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제거한다.
GI-101의 IL-2는 정확하게는 IL-2의 항암효과를 특이적으로 높이기 위해 일부 서열을 변형한 IL-2 변이체다. IL-2에는 α, β, γ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β와 γ는 T세포를 증식하고 활성시키는 ‘좋은’ 물질이고, α는 주로 면역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를 증식시켜 면역반응을 막는다.
GI-101의 IL-2 변이체는 IL-2 β 수용체에 대한 결합력은 유지하고 IL-2 α 수용체의 결합력만을 낮춰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을 최대로 끌어올린 융합단백질이다. GI-101은 CD80과 IL-2 변이체의 ‘연합군’인 셈이다.
Q. 심리스, 바스켓, 적응형 임상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나.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A. 심리스는 ‘틈이 없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1상을 끝내고 2상, 3상으로 차례로 넘어가는데, 심리스는 적어도 1상부터 2상까지는 하나의 프로토콜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2상까지 설계하는 것이다. 임상시험 규제기관의 승인이나 기관에서의 행정적인 절차, 임상시험을 세팅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최근 대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바스켓은 한 프로토콜에서 여러 질환이나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항암제 1상에서 300명의 환자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폐암 30명, 위암 30명, 대장암 30명 등 다양한 암종의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혹은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 치료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최근 항암 분야에서는 이런 임상 방법이 일종의 ‘트렌드’다.
GI-101과 같은 면역항암제는 이론적으로는 모든 암종에 적용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임상을 진행해 보면 약물마다 효능이 잘 나오는 암종들이 있다. 1상에서 효능이 좋은,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암종을 걸러내는 거다. 임상에 투자하는 시간, 자금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
적응형 임상시험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많이 하고 있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중간 결과를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임상의 ‘고, 스톱’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GI-101처럼 ‘심리스+바스켓+적응형’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 임상 1·2상에 450명 정도의 환자를 모집한다. 여기엔 여러 암종의 환자들이 포함돼 있다.
GI-101은 우선 암종마다 10명씩 시험을 한다. 최소한 1명 이상에서 반응이 나와야 10명을 추가등록한다. 만약 1명도 반응이 없으면 그 암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 중 치료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형암 환자들(1차 치료)에게서는 20% 이상에서 효능이 나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반면 표준치료제로 치료가 어려운 고형암 환자들에게서 2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10% 이상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돼야 한다. 그러고 난 뒤 20명을 추가로 모집해 임상을 진행한다.
해당 적응증에서 총 40명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게 되므로, 1상에서 2상까지 ‘심리스’로 진행하게 된다. 보통 항암제 임상은 한 사람당 거의 1억여 원이 소요된다. 450명이면 450억 원이 든다. 적응형 임상을 수행하면 10억 원(초기 10명)으로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
Q. 국내 기업에 적합한 임상시험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국내기업에서는 많이 수행하지 않는가.
A. 맞다. 바스켓은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텍에 유리한 임상시험이다. 국내에서도 종종 이런 임상을 진행하지만 ‘대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임상개발 전략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GI-101의 임상시험을 예로 들면 프로토콜을 정리한 자료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매우 복잡하다. 많은 기업들이 임상대행업체(CRO)를 통해 임상시험을 설계하는데, CRO에서 연구개발 초기부터 신약의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신약의 개발전략을 반영한 효율적인 임상시험을 설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각 기업에서 전략적이고 차별화된 임상개발을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초기 임상 설계를 해본 경험 있는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안타깝게도 전문인력이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적응형 임상의 경우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암제 이외의 일반적인 신약의 초기 임상개발은 대부분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위약과의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한 이중맹검방식(Double-Blind clinical trial)으로 진행한다. 중간에 임상 데이터를 함부로 열어볼 수 없다.
이건 해외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알레르기 약물 후보물질인 ‘GI-301’ 역시 이중맹검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암이나 희귀질환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은 윤리적으로 임상 2상까지는 공개임상시험(open label trial)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임상 데이터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적응형 임상은 공개임상시험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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