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3)가 좀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다승’의 숙원을 스폰서 대회에서 이뤄냈다. 16일 경기 용인시 수원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다.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펼쳐진 최종 3라운드에서 박민지는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 2위 안나린(13언더파·25)을 1타 차로 따돌렸다. 2017년부터 매년 1승을 올려온 박민지가 한 시즌에 2승 이상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지는 지난달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후원사의 에이스로 거듭난 박민지는 2017년 NH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며 탄생한 NH투자증권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해부터 ‘국가대표 출신’ ‘잠재력’ ‘인성’ 등을 영입 필수 조건으로 내세웠다. 당시 시드 순위전에서 8위를 기록한 박민지는 이른바 ‘S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잠재력을 인정받아 NH골프단에 합류했다. 박민지를 영입한 골프단 관계자는 “눈빛이 살아있었다”며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어머니 김옥화 씨에게 물려받은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민지는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올 시즌 목표로 했던 3승 중 2승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그는 “3승 목표를 상반기에 달성하고 싶다”며 “그러면 하반기엔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프로 데뷔 전부터 영구 시드가 주어지는 통산 20승을 최종 목표로 해왔는데 벌써 6승이나 달성해 목표를 30승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며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 차곡차곡 트로피 수를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전반에만 2타를 줄인 안나린, 3타를 줄인 이소미(22)에게 한때 공동 선두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11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여 버디로 연결했고, 13번홀(파3)에선 티샷을 홀 1m 안에 보내 리드를 지켰다. 남은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한 그는 안나린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마지막 홀 파로 우승을 확정했다.
안나린은 13언더파를 쳐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18번홀(파4) 약 5m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한 뼘 모자라 연장전으로 갈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경기 중반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던 이소미는 12번홀(파4) 보기에 발목이 잡혀 최종합계 11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2)은 이날만 5타를 잃고 나흘 합계 4오버파 63위에 머물렀다. 통산 누적상금 50억원까지 약 8000만원을 남겨놨던 장하나(29)는 공동 10위에 올라 대기록 달성을 다음 대회로 미뤘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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