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태어난 직장인 A씨는 스스로를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여겨왔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CD를 사서 소장하고, 그림이 마음에 들면 삽화집을 구입해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좋아하는 그림, 즐겨듣는 노래를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게 A씨를 바꿔놓은 계기다. 연초에 그는 가수 쿨이 부른 ‘아로하’의 저작권을 구입했다. 10만원을 투자해 전체 저작권의 0.01%를 확보했다. 구입 후 시세가 오르면서 50% 이상의 수익도 내고 있다. A씨처럼 무형 재화와 사치품에 투자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소수점 매매’ 확산으로 고가의 자산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거장의 미술품부터 한정판 스니커즈, 음악 저작권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소유가 불가능했던 자산이 소수점 단위로 거래되고 있다.
소수점 투자가 인기를 끄는 첫 번째 이유는 작은 돈으로 할 수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기본이다. 최근까지도 주식뿐 아니라 음악 저작권, 미술품 등 수익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뮤직카우에서 히트곡의 경우 저작권료가 적게는 10~20%부터 많게는 몇 배까지 올랐다.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올해 21배 급등했다. 선망하는 화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등 관심사와 투자를 일치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 방법은 두 가지다. 가수들이 음원을 공동구매에 내놓는 옥션에 참가하거나 다른 투자자와 저작권을 거래하는 것이다. 옥션의 경우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입력하면 된다. 낙찰은 높은 가격을 부른 순으로 이뤄진다. 지난 2월 빅마마의 ‘체념’은 수량으로 나온 4000주가 가격순으로 낙찰됐다. 옥션에서 마감된 곡은 ‘유저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다. 주식 호가창처럼 매수가와 매도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수가와 매도가가 일치하면 거래가 체결된다.
음악과 달리 미술품은 여러 개의 소수점 거래소가 있다. 테사, 소투, 아트투게더가 주요 플랫폼이다. 유명 미술품을 공동구매를 통해 분할 소유하는 구조다. 투자가 완료된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동시에 미술품 대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작품이 팔리면 지분율대로 이익이 배분된다.
테사에서는 구시마 야요이, 제프 쿤스 등 유명 화가 작품 13점이 거래됐다. 지난 3월 마감된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2017년작)이라는 작품은 1억4000만원에 판매됐다. 소유권은 14만 개로 나눠졌다. 소유권당 가격은 1000원으로 총 802명의 투자자가 소유권을 분할 구매했다. 소투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고가의 스니커즈를 공동구매할 수 있다. 공동구매 완료 후 회사 측에서 즉시 판매를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소투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8.13%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