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백지수표 회사’로 불리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스팩 13개 가운데 액면가 10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종목은 단 1개에 불과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3월에는 M&A를 발표한 스팩 10개 중 9개의 주식이 1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이탈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등 다른 자산으로 관심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FT는 스팩을 통해 상장한 주요 기업의 주가가 최고점보다 평균 3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회사 41개를 분석한 결과였다. 이에 따르면 주가가 최고치 대비 5%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 곳은 3개사에 불과했다. 18개 회사는 주가가 정점에서 50% 이상 떨어졌다.
스팩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유망 기업을 찾아내 M&A하는 서류상 회사다. 기업의 우회 상장 통로로 떠오르면서 유명 인사들도 스팩 투자에 잇따라 나서는 등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최근 1년간 글로벌 증시에서 신규 상장으로 조달된 2300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이 스팩에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과열 우려 등으로 감독당국이 스팩 기업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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