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증권사들이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며 1분기 실적시즌을 마무리했다. 여러 증권사들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지배주주순이익 기준 1분기 △한국투자증권(3506억원) △미래에셋증권(2912억원) △NH투자증권(2575억원) △삼성증권(2890억원) △KB증권(2225억원) △메리츠증권(2094억원) △KTB투자증권(449억원) 등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호실적을 이끈 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다. 1분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조 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123% 증가한 규모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1월 2800선에서 3200선까지 단숨에 돌파하면서 주식거래가 크게 늘었다.
'동학개미' 수혜가 가장 컸던 키움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2621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675%나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순영업수익만 보면 2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삼성증권 역시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이 101% 증가한 2408억원을 기록한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부문도 증권사들의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굵직굵직한 기업공개(IPO)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은 IB부문 수익이 전년 대비 40.9% 증가한 940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을 타고 우상향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올 들어 15.04% 올랐고, 삼성증권도 11.00%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9.08%)과 비교해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대신증권은 호실적에 더해 지난 3월 배당금을 기존 대비 20% 증액하겠다고 밝히면서 올 들어 41.15% 올랐다. 대신증권은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배당금을 더 늘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5.61% 올랐다.
호실적을 받아 든 애널리스트들도 증권사들의 목표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17일 NH투자증권에 대해 IB수익 수위권을 유지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기존 대비 36% 끌어올린 1만6300원으로 새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도 이달 초 미래에셋증권의 목표가를 각각 1만4000원, 1만3100원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 들어 주가가 되레 1.98% 하락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식어가면서 현재의 실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2분기 들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8조원 수준으로 전분기 평균 대비 16% 가량 줄어들었다. 키움증권 실적 발표 직후 삼성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각각 5%, 9% 깎아 19만원, 15만5000원으로 새로 제시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거래대금 둔화양상이 나타나고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 또한 이미 고점을 형성한 뒤 하락추세에 있어 향후 이익 둔화 흐름은 불가피하다"며 "최근 주가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된 상태이나 온라인 및 리테일 시장 지배력 유지 여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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