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욱 한화생명 보험사기팀 과장 "보험경찰 10년…서류만 봐도 사기범 알죠"

입력 2021-05-17 18:50   수정 2021-05-18 00:17

“저희는 보험업계의 ‘워치독(감시자)’이라고 불립니다. 서류만 봐도 이 사람이 보험사기를 치려는지 척 보입니다. 그런데도 속이려는 분들이 참 많죠.”

9만8826명. 작년 한 해 보험사기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인원수다. 각종 절도 범죄로 검거된 인원이 2019년 10만4000여 명임을 고려하면 보험사기가 절도만큼이나 흔해졌다는 얘기다. 이를 막는 감시자들 역시 존재한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기를 막는 조사 전문가를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특별조사단)라고 부른다.

김제욱 한화생명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과장(사진)은 SIU 업계에서도 소문난 ‘경찰관’으로 통한다. 2010년부터 보험사기만 전문적으로 맡아 마치 경찰처럼 치밀하게 조사한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자잘한 ‘생활형’ 보험사기부터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 등 그가 맡아온 사건만 300여 건에 달한다. 자칫 미궁에 빠질 법한 사건도 그의 눈을 거쳐 수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2018년에는 생명보험협회가 선정한 보험범죄방지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과장은 “평범한 직장인, 가정주부들도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일이 많다”며 “매년 느는 보험사기를 줄이려면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국민적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SIU팀은 직접 발로 뛰면서 보험사기를 적발해낸다. 보험금을 과다청구하거나 병원과 짜고 허위 입원기록을 작성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과장은 “하루에만 일곱 번씩 물리치료를 받은 뒤 보험사에 통원 자금을 수년간 청구한 사건도 있었다”며 “직접 차를 타고 병원들을 돌면서 불가능하다는 걸 입증하기도 하고, 병원 기록을 뒤져 허위 입원을 밝혀내기도 한다”고 했다.

강력범죄와 얽히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는 2012년엔 서울 강서구에서 일어난 ‘무속인 사망사건’을 맡았다. 40대 무속인이 생명보험을 들고 두 달 뒤 돌연 사망해 3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무속인의 가족이 청구했다. 서류상으론 이상이 없었지만 김 과장은 수상함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했다.

“유명인도 아닌데 매달 1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고 갑자기 사망하니 의심부터 들었죠. 저희가 모은 자료를 경찰에 넘기고, 본격적인 수사가 들어간 뒤 보니 그 무속인은 사실은 살아 있었고 가족이 모의해 타인의 시체를 가져와 장례까지 치른 거였어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김 과장은 “보험사기는 소도둑보다 바늘도둑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보험사기 적발자의 직업을 보면 회사원, 전업주부 비중이 각각 19.4%, 10.8%에 달했다. 그는 “처음에는 수십만원 단위지만 반복되면 천만원 단위의 보험사기를 버젓이 저지르는 일도 많다”며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을 전 국민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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