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1500개사 시대’가 열렸다. 2007년 10월 1000개를 돌파한 후 13년7개월 만이다. 이 기간 944개사가 신규 상장되고, 445개사가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는 17일 일승, 씨앤씨인터내셔널이 신규 상장하면서 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1500개가 됐다고 발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수는 한국 산업 성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했다. 1996년 7월 1일 코스닥시장이 개장한 후 11년 만인 2007년 상장 기업 수는 1000개를 돌파했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벤처 붐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신규 상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9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도입하면서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은 상장 폐지되는 등 시장 건전화 과정도 거쳤다.
이후 기술특례 상장 등 상장 경로가 다양해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2의 벤처 붐이 확산되면서 상장 기업 수가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장돼 있는 기업 수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 신시장 중 코스닥시장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 2위는 각각 미국 나스닥(3245개사)과 캐나다 TSX-V(1646개사)다. 4위인 일본 자스닥과 마더스에 상장된 기업 수는 1058개로 코스닥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1500개 달성의 주요 배경으로 △기술특례 등 선진화된 상장제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통한 상장 경로 다양화 △코스닥 등용문이 된 코넥스시장 등을 꼽았다.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주관사 성장성 추천 특례 제도가 신설되면서 이 제도를 통해 총 125개사가 추가로 상장할 수 있었다. 2016년 신설된 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특례)을 통해서도 8개 기업이 상장했다.
2007년과 비교해 시총 상위 10대 기업도 확 바뀌었다. NHN,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태웅, 메가스터디 등 인터넷·통신·금융 기업 위주였던 코스닥시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에코프로비엠 등 바이오, 인터넷, 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위주로 재편됐다. 대형주 비중도 늘어나면서 코스닥 상장 기업의 평균 시총은 2007년 1062억원에서 현재 2664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평균 자산은 118% 증가하고, 평균 매출도 42% 늘어났다. 당시 상장돼 있는 외국 기업은 1개사였는데, 지금은 22개사로 늘어났다. 국적도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다변화됐다.
1996년 개장과 함께 일괄 상장된 기업 341개사 중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 남아 있는 기업은 96개사다. 건설·유통·제조 등 안정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동화기업, 동원개발, 유니슨, 서부 T&D, 에이스침대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과 같은 신시장은 ‘상장 주도형 시장’으로, 상장을 통해 성장성 있고 유망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성장의 동량이 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상장 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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