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도주한 100억대 '원조 암호화폐 사기'…공범만 징역 5년

입력 2021-05-18 14:46   수정 2021-05-18 14:58


금괴가 든 러시아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사기를 벌인 '돈스코이호 사건' 주범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유니버셜그룹(전 신일그룹) 대표 김모씨(63)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범 김씨 징역 5년, 주범은 행방묘연
18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송인우)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광주 지사장 역할을 넘어 다른 지사장들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등 회사 전체 코인 업무를 관리했다"며 "사기 범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5년과 14억원 상당의 예금채권 몰수를 선고했다. 김씨 측이 항소했지만 양형은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기 금액 중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로 인정했다. 코인 대금이 아닌 다른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김씨는 류모 전 대표와 공모해 '트레저SL코인' 및 '유니버셜코인' 구매 대금으로 약 116억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기소됐다. 이 사건 핵심 인물 류 전 대표는 사기 행각이 드러난 이후 해외로 도주해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현재 류씨는 인터폴 적색수배 중으로 알려졌다.
원류급 암호화폐 사기사건, 여전히 피해 진행중

"113년만에 150조원짜리 보물선을 찾았다."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 사건은 2018년 7월 신일그룹이 울릉도 앞 바다에서 과거 러·일전쟁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발견된 돈스코이호에 150조원 규모의 금괴가 실려있다며 홍보한 뒤 가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구매하면 인양 수익금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도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들이 개발한 암호화폐를 선지급하고, 차후 금으로 바꿔주겠다고 했으나 모두 허위였다. 이 사건의 주범인 류 전 대표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오르자 신일그룹의 사명을 ‘SL블록체인그룹’으로 바꾸고 ’25조원어치 금이 매장된 광산을 개발하겠다'며 투자자를 다시 끌어들였다.

몇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함께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각종 사기, 자금 세탁, 시세 조작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류 전 대표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여전히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대표가 '송명호'라는 가명으로 만든 이 밴드는 투자금 50만∼100만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도 260여 명이 남아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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