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호남민심 잡아라" 與·野 앞다퉈 광주로

입력 2021-05-18 17:31   수정 2021-05-19 01:22


여야 지도부가 5·18 민주화 운동 41주년을 맞아 광주에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텃밭 다지기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희생자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친(親)호남 행보를 가속화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유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사죄의 말을 다시 한번 올린다”며 “희생당하고 부상당한 분들의 민주화 정신을 잘 이어받아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과 당 지도부는 지난 7일 지방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 지 11일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았다. 차기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되면서 과거와 달리 호남에 적극 구애하는 형국이다. 김 권한대행은 기념식에서 팔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이 따라 부르지 않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야당 일각에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5·18 개헌론’도 제기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5·18 정신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원포인트 개헌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성 의원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는 최초로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17일 5·18 추모제에 참석했다. 기념식 현장에서조차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유족의 발언이 나오는 등 과거 보수 정당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5·18 기념식에 참석해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전두환은 속죄도, 사과 한마디도 없이 자신은 죄가 없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시 계엄군이 광주에서 자행한 반인륜적 만행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들은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당내 대선 경선을 앞두고 텃밭인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5·18 기념식 참석에 앞서 광주 5개 구청장과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를 열고 ‘자동차 부품 관련 전북·경기 협약식’ 등에 참석하는 등 경제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재한 미얀마인들과 함께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 시민단체 간담회를 통해 민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2021년 광주정신은 검찰개혁”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완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서울 서대문형무소 자리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관련 다큐멘터리 전시회 등을 관람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16일 일찌감치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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