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어려움 없도록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 소통’ 백정연 대표

입력 2021-05-18 17:56   수정 2021-05-18 17:57

[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양수연 대학생 기자] 발달장애인, 외국인, 학습장애 어린이, 노인 중에는 말과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소한 소통’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쉬운 정보(easy read)’를 제공한다. 이 기업은 단순히 고객이 제안한 범위에서 일을 하기 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 역으로 아이디어를 내 고객에게 제안해 신뢰를 얻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소소한 소통 백정연 대표를 만났다.



‘소소한 소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회복지사로 2004년부터 현장에서 일했다. 현장 경력의 대부분이 발달장애와 관련된 일이었다. 마지막 직장에서 발달장애 관련 정책, 서비스 등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발달장애인법 시행 준비를 위해 1년 2개월 간 보건복지부 파견 근무를 했다. 당시 해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많이 살펴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쉬운 정보를 알게 됐다. 해외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쉬운 정보가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었다. 그때 이 일을 하는 ‘실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공, 영리, 비영리 등 어떤 조직 형태와 상관없이 쉬운 정보를 잘 만들어 낼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만드는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외국인, 어린이, 어르신 등 어려운 어휘 사용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창업 후에 어려움이 있었나. 그럼에도 사업을 끌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쉬운 정보 제작사업에 대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자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쉬운 정보가 발달장애인에게 권리로써 제공돼야 하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일부터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저희의 존재나 강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원동력은 단 하나인 것 같다.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기 위해서 쉬운 정보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 그리고 그 일을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에 힘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고객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결론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의 최종 사용자는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써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저희를 꼭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기업’이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저희가 하는 일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사업이 아닌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일임을 함께 공감하고, 그 일을 책임감 있게 잘 해내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창업을 시작할 때,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한국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금으로 시작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자체, 기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았다. 자금 지원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만들어 나가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운영비, 인건비 등)은 외부 지원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예비창업가들에게 창업을 추천하나.
“저는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다. (웃음) 저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에 굉장히 의미를 둔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나의 삶을 채워나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일에 대한 큰 책임감이 있다. 그 책임감이 생각보다 무겁다. 그래서 창업으로 원하는 일을 풀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권하지 않는다. 저의 경우는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을 하는 기관·기업이 국내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다. 예비창업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도전정신, 의지, 노력 외에도 학습 태도, 리더십, 판단력, 위기대응능력, 유연한 사고, 회고와 성찰의 습관 등이다. 새로운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에 의도하지 않아도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든다.”

‘대표’라는 직책에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나.
“저는 ‘성취’에 대한 욕구가 높아 사업적 결과물로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없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시장을 형성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책임감도 굉장히 크다. 물론 가장 큰 동기부여의 근원은 직원의 존재다. 기본적으로는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급여, 보람, 업무 만족도 등)을 하는 것부터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지금의 시간을 성장으로 연결 지을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



소소한 소통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큰 미래를 바라보고 일하지 않는다. 매일, 매달, 그리고 올해를 잘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큰 변화를 나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쉬운 정보가 필요한 순간은 일상의 곳곳에 있고,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쉬운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정보 접근과 활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을 유지하되, 쉬운 정보 제작을 먼저 시작한 기업으로써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을 찾고 실행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안에서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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