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나 음성 확인증을 지닌 유럽인과 이스라엘인이다. 이탈리아가 ‘백신 여권’ 소지자에 한해 격리의무를 면제한 이날, 계단 아래 있는 배 모양의 바르카차 분수와 인근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주변도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미국인 입국이 허용되는 내달부터는 인파가 더욱 넘칠 전망이다.
그리스는 이보다 이틀 앞서 국경을 열었다. 에게해의 유명 관광지 밀로스 섬에는 외국인을 태운 여객선이 줄을 잇고 있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의 7월 호텔 예약은 90% 완료됐다. 터키와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몰타도 외국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내달부터 외국 관광객에게 문을 열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1년 반 만에 다시 붐비는 이들 관광지를 보면서 ‘백신 여권’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백신 접종률이 60%에 이르는 이스라엘은 지난 2월에 이미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린 패스’를 발급했다. 중국도 접종자에게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제까지 1차 접종률이 7.3%(약 374만 명), 2차 접종률은 2%(약 104만 명)에 불과하다. 백신 추가 도입 일정 등을 고려하면 11월에나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와 사랑에 빠진 신문기자 역의 그레고리 펙이 한 말처럼 삶이란 늘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 우리도 머잖아 해외로 나갈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역시 많아질 것이다. “평생 로마를 기억할 것”이라던 헵번처럼 “평생 서울을 잊지 않겠다”는 관광객이 하루빨리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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