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발전기자재업체 비에이치아이(BHI·대표 우종인)가 친환경 LNG발전의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시장에서 지난 1분기 수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에너지 정책으로 기존 발전 설비업체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 절박한 상황에서 거둔 쾌거여서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최근 정부의 차세대 가스복합화력발전 표준 사업자로 선정돼 2023년 세계 최초로 친환경 고효율의 초초임계압 HRSG를 선보일 예정이다.
BHI는 연 매출 2500억원 규모인 국내 최대 HRSG 제작업체다. 전 세계 42개국에 500기 이상 36GW규모의 HRSG를 공급해 관련 시장에서 미국 HRSG전문업체 누터에릭슨,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에 이어 4~5위권을 형성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만 작년 연간 수주 물량인 1489MW규모를 수주해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국내 LNG발전소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방글라데시 등 LNG발전소의 HRSG물량을 '싹쓸이'한 것이다. 그동안 번갈아가며 HRSG 세계 1위를 차지해온 누터에릭슨과 GE는 각각 2위, 3위로 밀려났다. BHI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시장 개방이 제대로 안된 중국과 인도시장을 제외하면 수출 가능 시장 전체 물량의 50%가량을 수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HI의 '기술독립'으로 2023년엔 100% 국산 기술로 건설되는 첫 초초임계압 LNG발전소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차세대 가스복합화력발전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최근 초초임계압 HRSG 기술개발 사업자로 BHI를 선정한 상태다. 초초임계압으로는 2023년 세계 첫 상용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임계압이란 물이 증발없이 증기로 바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압력으로 터빈을 돌리기위한 물리적 조건이 된다. 초임계압 발전이란 임계압 조건(226Bar 압력) 이상의 압력과 증기온도 섭씨 600도 이상으로 발전 효율을 높인 것을 말한다. 섭씨 610도, 240bar압력의 초초임계압에선 발전에 더 최적화된 증기가 나온다. 기존 아임계압 대비 터빈에 작용하는 힘이 1.5배가 되면서 기동시간은 50% 단축돼 탄소배출량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BHI가 개발을 주도하는 초초임계압 HRSG 기술은 이러한 극한의 조건을 견디는 설계가 필수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가량 적은 LNG발전소를 2020년 41.3GW에서 2034년 58.1GW로 약 17GW증설할 예정이다. BHI에 최소 1조원이상의 수주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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