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사상최대 호황…코로나에 고부가 플라스틱·합성수지 수요 폭증

입력 2021-05-19 15:08   수정 2021-05-19 15:10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영업환경은 극명히 갈렸다.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정유사들의 휘발유·항공유 수요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배럴당 평균 6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가 작년 4월 20달러대로 급락했다. 현재는 다시 60달러를 회복했으나 여전히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은 좋지 않다. 1년 넘게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현재 느린 속도로 회복하고 있으나, 정유사들의 장기 이익 체력은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온라인 근무, 미팅, 수업,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비즈니스 출장(항공유), 출퇴근·등하교(휘발유), 오프라인 쇼핑(휘발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노후화된 정유사들이 설비 폐쇄를 앞당기며 공급을 축소시키고 있다. 수요와 공급 밸런스는 조금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유업에서 파생돼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19~2020년만 해도 수요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었고, 2020~2023년에는 대규모 증설까지 계획돼 있어 지금의 호황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증설이 3~4개월 지연되고, 폭설과 한파 등 자연재해로 미국 최대 석유화학 단지가 수개월간 가동을 멈추는 ‘돌발 변수’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여기에 이동 제한으로 공급량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수요가 급등한 제품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고부가 플라스틱이다. 개인 지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여행이 멈췄고,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으로 일반 가정집에서 구입하는 가전·가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재택근무를 위한 노트북, 모니터와 위생을 위한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가습기 등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

또 택배·배달 수요가 늘며 포장재와 일회용 식기에 사용되는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폴리스티렌(PS)도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인프라 및 건설 투자를 늘리며 건설용 플라스틱(PVC)과 굴삭기·트럭에 사용되는 고무 수요도 개선됐다.

석유화학 수요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바뀐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영구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수요 증가율은 작년과 올해 대비해선 점차 둔화될 것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현재의 최고 시황을 누리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증설하며 공급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가는 가전·가구 소비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장 기다리고 있는 화학산업은 섬유 업종일 것이다. 지난 1년간 의류 판매량이 20%가량 감소했지만, 앞으로 외출 제한이 풀리면 대규모 신규 의류 수요가 기대된다. 효성티앤씨 휴비스 티케이케미칼 등이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10년간 생분해성 및 재생 플라스틱 분야에 연구와 투자가 집중될 전망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식물 전분이 원재료로, 폐기 시 6개월~1년 내 분해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재생 플라스틱은 이미 사용된 폐플라스틱, 섬유를 납사나 기초 유분으로 되돌려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재탄생시키는 친환경 기술이다. 재생 플라스틱은 폐기물, 에너지, 원유 생산량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케미칼 CJ제일제당 등 국내 화학·음식료 업체들이 개발·생산 중으로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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